미국의 전염병 전문가인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이 17일(현지시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자연 기원설이 현재로선 가장 가능성이 높은 가설이라고 말했다.
파우치 소장은 이날 CNN에 출연해 "동물 숙주로부터 인간으로 옮겼다는 자연 기원설이 가장 가능성 높은 설명"이라며 "하지만 여전히 연구실 유출을 포함해 모든 가능성에 열린 마음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의 발언은 코로나바이러스의 기원을 추적하는 조 바이든 행정부 고위 관리들이 "바이러스가 중국 우한의 연구소에서 사고로 유출됐다는 가설이 최소한 자연적으로 출현했을 가능성만큼 신빙성이 있다고 믿는다"는 보도가 이뤄진 뒤 나온 것이다.
이는 미 정보 계통의 관리들이 적어도 자연 발생설과 연구소 유출설의 가능성을 반반 정도로 본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파우치 소장은 CNN 진행자가 자연 기원설이 더 가능성 높은 시나리오라고 믿느냐고 재차 추궁하자 "그렇다. 그리고 그렇게 믿는 것은 나뿐이 아니다"고 확인했다.
파우치 소장은 "최근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바이러스 학자와 진화 생물학자 21명이 연구논문을 펴냈는데 그들은 내가 말하고 있는 것과 똑같이 말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이 학자들이 열린 마음을 갖고 있고, 연구소 유출이 있었을지 모른다는 것도 생각해볼 만하다고 말하고 있다"며 "모든 가능성에 열린 마음을 가져야 하지만 더 가능성 높은 설명은 동물 숙주로부터 인간으로 옮긴 자연 진화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 식품의약국(FDA) 자문위원인 폴 아핏 박사도 이날 CNN에 나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연구실 직원들에 의해 창조됐을 가능성, 공학적으로 만들어졌을 가능성은 제로(0)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기원을 두고 자연 발생설과 연구소 유출설이 맞서는 가운데 미국 정보기관들은 90일 내에 답을 찾으라는 조 바이든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관련 정보를 수집해 분석하는 중이다.
90일 시한의 절반이 넘었지만 어느 한쪽을 뚜렷하게 지지하는 새 증거는 거의 나오지 않은 가운데, 정보기관들은 여전히 반반으로 쪼개져 있다고 CNN은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맹진규 기자 mae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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