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어 데뷔 2년차 전예성(20)이 불볕 더위 속에서 치러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에버콜라겐 퀸즈크라운(총상금 8억원) 대회 초대 챔피언 왕관의 주인공이 됐다. 전예성은 18일 경기 양주 레이크우드CC(파72)에서 열린 대회 최종라운드에서 합계 19언더파 269타를 쳤다. 동타를 이룬 허다빈(23)과 생애 첫 투어 우승을 놓고 연장전을 펼친 결과 왕관을 쓰게 됐다.
전예성은 지난해 데뷔한 2년차다. 정규투어 첫해는 만만치 않았다. 상금 56만8333원 차이로 시드를 눈앞에서 놓쳤다. 상금랭킹 61위였던 전예성은 시드순위전을 치러야 했고, 8위로 기사회생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서도 부진했다. 앞서 출전한 12개 대회 가운데 4개 대회에서만 본선에 진출했다. 시즌 개막전인 롯데렌터카오픈에서 거둔 9위가 올 시즌 최고 성적이었다.
이번 대회에서 전예성은 3라운드부터 무섭게 치고 올라갔다. 이날 하루에만 보기 없이 8개의 버디를 쓸어담으며 단숨에 공동 1위로 올라섰다. 그는 자신감을 갖고 경기를 치른 비결을 묻자 동갑내기 친구 김희지(20)에게 공을 돌렸다. 그는 “샷을 잘하는 김희지에게 샷을 할 때 어떤 생각을 갖고 치는지 물어봤더니 ‘그냥 아무 생각 말고 핀으로 공을 보낸다고 생각하라’고 했다”며 “그 조언이 오늘 빛을 발한 것 같다”고 했다.
4라운드는 한때 8명이 공동선두에 오르는 등 대혼전을 거듭했다. 김지영(25), 지한솔(25), 임희정(21) 등 선두권의 면면도 화려했다. 전예성은 초반에는 우승 경쟁에서 멀어지는 듯했다. 전반에 버디 2개, 보기 1개로 1타를 줄이는 데 그쳤다. 후반 들어 11번홀(파4)에서 버디를 잡으며 다시 기세를 올리기 시작했다. 14번홀(파4), 15번홀(파5)에서 연달아 버디를 잡으며 선두 허다빈을 1타 차로 따라잡았다. 17번홀(파3)에서 약 7m 거리 버디 퍼트를 성공시키며 공동선두로 올라섰다.
정규투어 첫 승이 다가온 순간, 18번홀(파4)에서 그의 티샷이 흔들렸다. 티샷은 페어웨이를 벗어나 러프에 자리잡았다. 두 번째 샷도 내리막 러프에 떨어졌다. 허다빈이 공동 1위로 경기를 먼저 마친 상황. 다 잡은 우승컵을 놓칠 수 있는 위기의 순간에 전예성은 침착하게 어프로치샷으로 공을 홀 가까이 붙였고, 파 세이브에 성공했다.
18번홀에서 열린 연장전에서 다시 한 번 전예성에게 기회가 왔다. 허다빈의 티샷이 페어웨이 왼쪽 러프에 떨어진 것. 허다빈이 페어웨이로 공을 빼내느라 세 번째 샷으로 그린에 공을 올린 반면 전예성은 차분하게 2온에 성공했다. 이후 2퍼트로 파를 잡아 생애 첫 우승에 성공했다.
전예성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오늘 일부러 분홍색 옷을 입었다. 대회 메인 색상을 입고 자신감 있게 우승해서 기쁘다”며 활짝 웃었다. 투어 데뷔 이후 부진이 이어지자 볼 마커에 ‘빌 4장 13절’이라고 새겼다고 했다. 그는 “빌립보서 4장 13절 ‘내게 능력 주시는 자 안에서 내가 모든 것을 할 수 있느니라’는 구절을 떠올리기 위해 새겼다”며 “자신감이 없어질 때마다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올 시즌 시작할 때는 1승만 해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젠 2승, 3승, 할 수 있는 데까지 우승해보고 싶다”며 “2년 시드를 확보한 만큼 겁먹지 않고 항상 자신감 있게 경기하겠다”고 밝혔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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