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배출량 공개한 KB금융…세계 최초 SBTi 인증 금융사 되나

입력 2021-07-19 09:08   수정 2021-07-22 11:34


2676만 이산화탄소 환산톤(tCO2eq). KB금융 계열사들이 대출과 투자를 해준 기업들과 각종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서 1년간 배출하는 이산화탄소의 총량이다. 포스코가 보유한 고로 9개에서 지난해 배출량(7565만tCO2eq)의 35%가량이자, 소형 승용차(연비 약 16㎞/ℓ로 가정) 2676만대가 내뿜는(연 주행거리 1만㎞) 탄소량과 같은 규모다. KB금융은 지난달 25일 국내 금융사 중 처음으로 이러한 ‘자산 포트폴리오 탄소배출량’을 공개하고,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고 선언했다.
○빌려주고 투자한 기업의 탄소배출량 합계
자산 포트폴리오 탄소배출량이란 금융·투자회사에만 있는 개념이다. KB금융이 1년간 자체적으로 배출하는 탄소배출량은 14만tCO2eq다. KB금융이 돈(대출 및 투자)을 내준 기업이 배출하는 양의 191분의 1에 불과하다.

KB금융은 포트폴리오 탄소배출량을 왜 공개했을까. 금융회사는 대출 및 투자를 통한 간접적인 탄소 배출량을 줄이라는 요구를 받는다. 금융회사가 탄소배출량이 많은 업종과 기업에 대해 금융지원을 많이 한다면 배출량이 더욱 늘어나는 결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문혜숙 KB금융 ESG전략 부장은 “1000개의 기업보다 1000개의 금융회사의 힘이 더욱 크다는 점에서 금융회사의 사회적 책임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측정 방법론
탄소 배출량과 관련해선 합의된 방식의 정확한 측정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파리기후변화협정 목표에 부합하는 탄소배출량 감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글로벌 이니셔티브인 SBTi(과학적기반감축목표이니셔티브)는 지난해 10월 금융회사의 탄소배출량 감축에 대한 가이던스를 처음 공개했다. 금융회사의 탄소 감축목표에 대한 기준이 처음 만들어진 것이다.

KB금융은 발빠르게 대응했다. 포트폴리오 탄소배출량 측정을 위해 PCAF(탄소회계금융협의체)의 방법론을 사용했다. 탄소회계의 기본 계산법은 특정 기업에 대한 KB금융의 대출액(투자액)에 해당 기업의 가치(상장사의 경우 시가총액)를 나누고 해당 기업의 총탄소 배출량을 곱해 구한다. 가령 100억원의 가치로 평가받는 기업이 A기업이 KB금융에서 30억원을 빌렸다면 A기업 배출량×30%가 KB금융의 포트폴리오 탄소배출량에 가산되는 방식이다.

PCAF는 금융회사가 다루는 기업 대출, 회사채, 주식, 발전 PF, 상업용 부동산 등 자산군별로 다른 구체적인 계산법을 제공한다. ‘30억원 이상 대출 및 투자’를 집행한 기업, 프로젝트의 지속가능보고서, 탄소정보 공개프로젝트(CDP) 보고서 등을 활용해 결과를 도출했다.
○왜 의미 있나
전 세계에서 이런 포트폴리오 탄소배출량을 공개한 금융사는 KB금융을 포함해 총 39곳(지난 7일 기준)에 불과하다. KB금융은 SBTi의 ‘2.0℃ 시나리오 기반(지구 평균온도 상승 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2.0℃이내로 억제)’ 감축 목표에 따라 2030년까지 33.3%, 204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61.0% 줄이고 2050년까지 완전한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내놨다. 이런 탄소중립 중장기 추진 전략에는 ‘KB 넷제로(탄소중립) STAR’라는 이름을 붙였다. 친환경 기업을 육성 및 지원(Support)해 저탄소 경제로 전환(Transform)에 기여하고, 파리기후협약을 적극 이행(Align)해 환경을 복원(Restore)하려는 의미를 담았다는 설명이다.

현재 SBTi에 가입한 글로벌 기업은 1577개로 이 중 796개사가 감축계획에 대한 승인을 받았다. 아직까지 금융회사 중에선 목표를 승인받은 곳이 없다. KB금융의 감축목표가 SBTi 승인을 받는다면 금융사로선 ‘세계 최초’가 될수도 있다 있다.
○산업계에 미칠 영향은
현재 PCAF에 참여한 국내 금융사는 KB와 신한금융, 기업은행이다. SBTi에는 KB, 신한, DGB금융, SK증권 등이 가입했다. 신한, DGB 등도 SBTi에 구체적인 포트폴리오 탄소배출량 감축에 대한 이행계획을 제출할 전망이다.

금융회사들이 이런 이니셔티브에 참여할 수록 금융사에 대출과 투자를 받은 기업들이 받는 압박도 세질 전망이다. 금융회사가 대출을 낸 기업에 탄소배출량 관련 보고서를 요구하거나, 배출량을 줄이라는 직접적인 요구를 해올 전망이다. 탄소 배출량을 줄이지 못한 기업은 더이상 대출을 받지 못하는 시대가 올 가능성도 있다. 유럽연합(EU)가 탄소 국경세를 도입한 가운데, 기후변화의 전개 수위나 국가간의 새로운 합의 여부, 탄소 감축에 대한 신기술 개발 등 다양한 변수도 남아있다.

문 부장은 “사회 전반의 탄소배출량 감축 이행 수준을 높이기 위해 기업을 위한 각종 컨설팅 프로젝트도 준비 중”이라며 “금융의 힘을 통해 좋은 기업으로의 전환을 유도해나가고, 지속가능한 사회로의 이행에 공헌하는 게 이번 탄소배출량 공개의 이유”라고 설명했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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