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 세력 탓"이라던 中…시장 개입에도 원자재 가격 잡기 실패 [원자재포커스]

입력 2021-07-19 15:11   수정 2021-08-07 00:01


중국 정부가 원자재 가격을 잡겠다며 시장 개입에 나선 지 한달이 지났지만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문제의 원인을 투기에 돌리는 정책 오판을 일으킨 결과 오히려 가격이 상승곡선을 그리는 정부 실패를 낳았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의 18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중국 정부가 “구리, 알루미늄, 아연 가격 상승세를 통제하겠다”고 선언한 지난달 중순 이후 최근까지 해당 산업용 금속의 시세는 오히려 상승했다.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구리 선물 가격은 지난달 중순 대비 4% 가량 올랐다. 알루미늄 가격은 약 6%, 아연은 4% 가량 상승했다.

중국 국가식량물자비축국은 정부가 보유한 구리 등 산업용 금속 비축분을 시장에 매각하겠다고 지난달 16일 발표했다. 투기 세력이 몰려 원자재 가격이 급등했다는 판단에서 나온 대책이었다. 중국 정부는 이달 초 구리, 알루미늄, 아연 비축분 10만톤을 경매에 부쳐 시장에 풀었으며 앞으로도 추가 경매를 예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 정부의 엄포에도 산업용 금속 가격이 오르는 이유에 대해 시장에서는 정부 개입의 한계를 들고 있다. 일단 중국 정부가 시장에 풀 수 있는 산업용 금속의 양이 세계 원자재 시장을 좌지우지할 만큼 많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달 초 경매에 나온 10만톤은 중국의 월 생산량 대비 6%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투기 세력이 원자재 가격을 끌어올렸다는 판단 자체도 잘못됐다는 평가다. 전세계 산업용 금속 재고량은 20년 내 최소치를 기록하고 있다. 실수요가 늘어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제프리 커리 골드만삭스 원자재 리서치 대표는 “시장에서 가격이 형성되는 원리를 이해하지 못할 때 투기 세력에서 원인을 찾는 경향이 있다”며 이런 접근이 수급 문제 해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중국 정부는 산업용 금속뿐 아니라 철광석, 석탄 시장에서도 투기 세력을 근절하겠다고 나섰다. 하지만 중국 내 석탄 시세는 4월 말 대비 20% 올랐다. 근본적인 원인인 호주산 석탄 수입 금지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가 원자재 가격을 잡는 데 주력하는 이유는 인플레이션을 관리하려는 목적에 있다. 6월 중국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8% 상승했다. 원자재 가격 상승이 반영된 여파다. 5월 PPI 상승률은 9%였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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