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코로나19 바이러스보다 전파력이 2.4배나 센 델타 변이가 빠른 속도로 대한민국을 집어삼키고 있다. 국내에 상륙한 지 꼭 3개월 만에 전체 신규 확진자의 3분의 1을 감염시켰다. 전문가들은 최근 3주간 델타 변이 감염자 수가 직전 주보다 3~5배씩 늘어난 점을 감안할 때 조만간 전체 확진자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우세종’이 될 걸로 예상하고 있다.
전파력이 강한 ‘델타의 시대’가 오면 코로나19 확산세가 더 가팔라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하지만 델타를 막을 유일한 ‘방패’인 백신 도입 일정에 차질이 생기면서 50대 연령층에 대한 접종 일정이 또다시 늦춰졌다.
그랬던 델타 변이가 본모습을 보이기 시작한 건 6월 마지막주부터였다. 19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6월 셋째주 17명, 넷째주 21명에서 단번에 52명으로 불더니 7월 첫째주 250명, 둘째주 719명으로 폭발하기 시작했다. 한 달 만에 42배나 늘어난 셈이다. 변이 분석을 진행한 건수가 6월 셋째주 700여 건에서 7월 둘째주 2000여 건으로 늘어났다는 점을 감안해도 증가세가 크다. 변이 바이러스에 걸린 사람만 따지면 71.8%가 델타였다. 여기에 해외에서 들어온 감염자를 더하면 델타 변이 비중은 더 커진다.
방역당국이 델타 변이 확산을 우려하는 건 강력한 전파력 때문이다. 기존 바이러스보다 2.4배 강한 만큼 코로나19 확산세에 불을 지필 수 있어서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달리기로 치면 델타 변이는 기존 바이러스보다 두 배 넘게 빠른 선수인 셈”이라며 “델타 변이가 확산되면 전체 확진자가 급격하게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의료계는 이런 이유로 현재진행 중인 ‘4차 대유행’의 원인 중 하나로 델타 변이를 꼽고 있다. 전날 신규 확진자(1252명)가 일요일 기준으로 가장 많이 나오는 등 아직 진정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정부와 각 지방자치단체가 이날부터 전국에 ‘5인 이상 사적모임 금지’ 조치를 시행하는 등 방역의 고삐를 죄고 있지만, 한번 고삐가 풀린 델타 변이를 막기는 쉽지 않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50대에 맞힐 백신도 당초 계획한 모더나 외에 화이자를 추가하기로 했다. 삼성전자, 삼성SDI, LG디스플레이, 기아 등 대기업이 사업장 내에서 임직원을 대상으로 다음달 실시할 예정인 자체 접종 백신도 모더나에서 화이자로 변경했다.
모더나로 모두 맞히면 50대 접종 일정이 대폭 밀리는 점을 감안해 이날 기준 185만 회분을 확보한 화이자를 추가하기로 한 것이다. 화이자 백신은 모더나와 같은 mRNA(메신저 리보핵산) 계열이다.
이날 방역당국은 오후 8시부터 53~54세 코로나19 백신접종을 시작했지만 접속자가 몰리면서 사전예약 홈페이지가 다시 ‘먹통’이 됐다. 예약 홈페이지에선 ‘만 53~54세 대상자의 코로나19 백신 예약을 준비 중’이라는 안내문을 띄웠지만 오후 8시 직후엔 제대로 접속조차 되지 않았다.
질병관리청 관계자는 “일시적 쏠림에 대응하기 위해 서버를 증설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예약 홈페이지에 접속하려면 수시간 이상 기다려야 하는 등 접속자들은 예약에 어려움을 겪었다.
오상헌/이선아 기자 ohyea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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