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인데 왜 선물 안 주나"…아버지 흉기로 찌른 30대 남성

입력 2021-07-19 23:56   수정 2021-07-20 06:39


아버지가 자신의 생일 선물을 챙겨주지 않는 것에 격분해 흉기를 휘두른 30대 남성이 실형을 선고받았다.

대구지법 제11형사부(이상오 부장판사)는 존속살해미수 등 혐의로 기소된 A씨(30)에게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했다고 19일 밝혔다.

재판부에 따르면 A씨는 지난 1월4일 오전 대구 동구의 자택에서 아버지 B씨(58)가 등을 돌린 채 휴대전화를 보고 있는 틈을 타 흉기로 여러 차례 찔러 살해하려 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아버지에게 생일 선물을 요구했지만 "너도 다 컸는데 네 생일을 내가 왜 챙기냐"는 B씨의 말을 듣고 격분해 범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B씨는 아들의 공격을 가까스로 방어해 목숨은 건졌지만 4주간의 치료가 필요한 상처를 입었다.

A씨는 또 지난해 5월 자신의 말에 동조해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사촌누나 C씨(40·여)에게 흉기를 휘두른 혐의도 받는다.

A씨는 재판 과정에서 범행 당시 정신병적 증상으로 인해 의사결정 능력이나 사물 변멸능력이 미약한 상태에 있었다며 심신미약을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범행 당시 스스로 행위에 대해 정확하게 인식하고 있었던 점, 정신 감정 결과 '범행 당시 행동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뚜렷한 정신병적 증상이 존재했다는 근거가 없다'는 점 등을 종합하면 심신미약 상태에 있었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또 "각 범행이 모두 미수에 그친 점, 범행 직후 자수한 점, 각 범행을 모두 인정하고 반성하고 있는 점, 피해자들이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한 점을 유리한 정상"이라고 판시했다.

다만 "살인미수 범행 후 8개월이 지나지 않은 시점에 다시 범행에 이르렀고, 아버지의 방어로 살해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자 범행을 단념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존속살해미수 범행으로 B씨의 상해 정도가 가볍지 않아 그 행위와 결과에 상응하는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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