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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통영 해안에서 8㎞가량 떨어진 사량도 인근과 경남 고성·거제 해안가의 굴 가리비 양식장엔 낯선 풍경이 펼쳐졌다. 예전같으면 푸석푸석한 흰색 스티로롬 소재 부표가 바다 표면을 덮었지만 이달부터 빨간색 흰색 검정색 등 알록달록 풍선처럼 생긴 부표 3000개가 5~8m간격으로 바닷가를 수놓고 있는 것이다. 미세 알갱이로 부서질 염려가 없고 강한 충격에도 부력을 상실하지 않는 친환경 부표다. 1960~1970년대 국내 최초 플라스틱 바가지를 출시한 '내쇼날푸라스틱'으로 잘 알려진 '엔피씨(NPC)'라는 기업이 5년간 연구 끝에 개발한 제품이다. 지역 어민들에게 무상으로 제공한 것이다. 박두식 NPC 회장은 "태풍이 올때면 부서진 스티로폼 알갱이로 뒤덮인 해안가를 보는 것은 정말 가슴 아픈일이었다"며 "56년간 플라스틱 제조 '외길'을 걸어온 기업으로 자존심을 걸고 해양 생태계를 살리고자 이 제품을 개발했다"고 말했다.
그동안 대안으로 출시된 친환경 부표는 발포폴리프로필렌(EPP) 부표를 비롯해 공기주입 밀폐형 부표, PET병으로 만든 부표, 알루미늄 소재 부표 등이다. 하지만 강한 충격이나 압력을 가하면 부력을 상실하거나 유실돼 어민들로부터 외면 당했다. 스티로폼 부표에 비해 4~6배에 달하는 비싼 가격도 문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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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PC는 올해 남해안에서 시범 사업을 거친 후 내년엔 본격적인 친환경부표 시판에 들어갈 예정이다. 마침 해양수산부도 친환경 부표 보급 확대에 팔을 걷어 붙여 시장도 급성장할 전망이다. 친환경 부표 구입 비용의 70%(중앙정부 35%, 지자체 35%)를 지원하는 데다 내년부터 스티로폼 부표의 신규 사용을 전면 금지하는 법안(어장관리법 개정안)을 지난 4월 입법 예고했기 때문이다. 2025년까지는 기존의 부표도 모두 친환경부표로 전환시킨다는 게 해수부의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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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9년 유가증권 시장에 상장한 NPC는 플라스틱 밀폐용기, 휴지통, 서랍 등 가정용품으로 제품군을 확대했다. 1990년대 이들 품목 생산기지였던 서울 대림동 공장이 화재로 전소되자 방향을 틀어 산업용 플라스틱 제조업체로 과감히 변신했다.
현재 주요 매출처는 플라스틱 팰릿과 플라스틱 상자다. 작년 매출 4300억원의 90%가 여기서 나왔다. 팰릿은 모든 종류의 화물을 실어나를 때 쓰이는 일종의 받침대다. 가로 1.1m, 세로 1.1m크기로 자체 무게는 5㎏에 불과하지만 1?의 무게를 견뎌야하는 운송용 필수 기자재다. 현재 국내 팰릿 시장 점유율은 NPC가 독보적 1위다. 현대차·기아의 자동차부품을 비롯해 한화 SK 롯데 등 석유화학 대기업의 제품 수출시 대부분 이 회사 팰릿을 사용하고 있다. 연간 1300만개의 팰릿을 생산해 미국, 일본, 중국, 동남아시아, 유럽 등 65개국으로 수출하고 있다.
이 회사는 친환경 재생 팰릿시장도 2005년 국내 처음 개척해 국내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전체 판매 팰릿 가운데 76%수준인 1000만개가 재생 팰릿이다. 전국에서 수집한 연간 8만?의 폐플라스틱을 녹여 만든 것이다. 폐플라스틱 수집부터 세척, 재생팰릿 가공까지 일관 생산시스템도 구축했다. 홍성원 NPC 연구소장은 "1000만개 재생 팰릿 생산은 목재 팰릿 대체 효과 때문에 연간 100만그루의 벌목을 막고, 폐플라스틱을 재활용하기 때문에 소나무 1억그루를 심는 탄소배출 저감 효과를 보인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최근 신선식품 배송이 증가함에 따라 일회용 용기를 대체할 보온·보냉이 가능한 친환경 다회용 배송상자도 해수부와 함께 개발하고 있다. 박두식 회장은 "국내 원조 플라스틱 제조업체로 최근 이 산업이 공해산업으로 지탄받는 것이 안타까워 사명감을 갖고 재활용제품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1965년 부산 연산동에서 시작된 이 회사는 현재 국내 5곳, 해외 7곳의 생산거점을 둔 연매출 4300억원 규모의 중견기업으로 성장했다. 박 회장이 사령탑을 맡은 2003년 이후 18년간 매출은 10배이상 올랐다. 지난해엔 코로나19 사태에도 불구하고 영업이익과 순이익 모두 우상향 곡선을 그렸다. 박두식 회장은 "2025년까지 그룹 매출 1조원 달성을 목표로 성장하겠다"며 "렌탈비즈니스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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