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배터리 시장의 급격한 성장세와 구조적인 공급 부족 현상을 보고 2차전지 소재·장비 사업에 뛰어드는 상장사가 늘어나고 있다. 전통적 제조업체들이 2차전지 업종의 높은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수준)을 일부 인정받을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다만 일부는 '주가 띄우기'에 그치는 경우가 있어 실질적 수혜를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는 조언도 따른다.
5G 통신장비주로 분류되는 서진시스템도 최근 2차전지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한 해 동안 에너지저장장치(ESS)용 케이스 매출이 전체 매출의 9.4%인 303억원이었는데, 올해는 1분기에만 매출의 26.5%인 356억원이 ESS에서 나왔다. 여기에 올 하반기부터는 삼성SDI에 전기차 배터리용 케이스를 공급할 전망이다. 정지수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2차전지 사업이 포함된 기타 사업부 매출이 지난해 1066억원에서 올해 1917억원, 내년 3622억원으로 급격하게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매연저감장치 생산업체인 이엔드디도 2차전지 소재 매출 비중을 키우고 있다. 전구체 생산능력을 지난해 말 1000t에서 올해 말 4000t까지 늘리고 있다. 내년 2월부터 본격 양산에 들어갈 계획이다. 메리츠증권에 따르면 전구체 예상 매출액은 내년 721억원, 2023년 1696억원으로 2023년 기준 매출 비중이 60% 가량에 달할 전망이다. 사실상 2차전지 소재주로 변신하는 셈이다.
다만 2차전지 소재주로의 변신이 유행처럼 번지면서 실직 수혜 여부를 따져봐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최근 일부 중소형 상장사는 전환사채(CB) 발행 근거로 2차전지 사업 진출 소식을 전하기도 했다. 2차전지 장비 관련 업력이 없는 일부 상장사가 2차전지 사업을 앞세워 주가 부양에 나서는 사례가 지난해부터 여럿 있었다. 한 2차전지 업계 관계자는 "2차전지 소재나 장비로 의미있는 매출이 발생하려면 국내 배터리 생산업체와 계약을 맺고 이를 토대로 생산설비를 늘리는 게 일반적 과정"이라며 "중소형주들이 기술력이나 생산능력으로 이 조건을 단기간에 맞추기는 매우 어렵다"고 지적했다.
고윤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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