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주가가 연중 최저 수준까지 추락했다. 주가 하락을 추가 매수 기회로 삼던 개미(개인투자자)들도 삼성전자에 대한 믿음이 흔들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올 들어 삼성전자 주식만 27조원가량을 팔아치운 기관·외국인의 매도세가 쉽사리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20일 삼성전자 주가는 전날 종가와 같은 7만9000원에 마감되며 8만원대 회복에 실패했다. 장중 올해 최저점(7만8500원·종가 기준) 밑으로 떨어지기도 했다. 연고점 대비 14%가량 주가가 하락하자 개미들은 동요하고 있다. 장기 성장성을 보고 주가가 빠질 때마다 추가 매수에 나서던 모습도 차츰 사라지고 있다. 지난 5월 삼성전자 주가가 8만원 밑으로 떨어지자 개미들은 이틀간 2조6000억원어치를 쓸어 담았다. 언젠가 다시 오를 것이란 강한 믿음이 작용했다.
최근엔 주가가 7만원대로 주저앉았지만 개미들 반응은 미지근했다. 대신 주가가 조금만 반등하면 차익 실현에 나섰다. ‘개미들의 인내심이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 지난 15일 1주일 만에 삼성전자 주가가 8만원 선을 넘어서자 개인투자자들은 2700억원어치를 팔아 치웠다. 지난달 말 5거래일 연속 주가가 오를 때 차익실현에 나선 물량(1776억원)을 훨씬 웃돈다.
지지부진한 주가 흐름을 보이고 있는 것은 기관과 외국인이 연일 폭탄 매물을 쏟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연초 이후 기관과 외국인은 삼성전자 주식 27조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이들은 지난해 같은 기간 8조원가량을 팔았다. 올 들어 매도세가 더욱 거세진 셈이다. 2분기 12조원에 달하는 영업이익을 거두며 시장 기대치를 넘는 실적을 발표했지만 시장은 호응하지 않았다. 오히려 델타 변이 바이러스, 달러 강세 등을 핑계 삼아 기계적으로 주식을 매도하고 있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여전히 삼성전자가 안정적인 장기 투자처라고 보고 있다. KTB투자증권은 ‘불확실성 확대 국면, 안정적인 투자 대상’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3분기 메모리 중심 실적 개선세가 전망된다”며 “주주환원 확대 전략을 감안하면 성장성과 안정성을 모두 보유한 투자처”라고 평가했다. 다만 단기적으로 주가 반등보단 추가 조정 우려가 크다는 의견도 상당하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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