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취준생 32%가 공시족…이런 나라에 미래 있나

입력 2021-07-20 17:29   수정 2021-07-21 08:04

청년 취업준비생 셋 중 한 명꼴로 ‘공시족’이라는 통계가 나왔다. 통계청의 ‘5월 경제활동인구조사 청년층(15~29세) 부가조사 결과’를 보면 비경제활동인구(449만 명) 가운데 취업준비생의 32.4%가 ‘일반직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취업대란 와중에 청년세대의 공시족 쏠림 현상이 한층 심해져 1년 새 4.1%포인트나 높아진 것이다. 이에 반해 ‘일반기업체’ 입사를 준비하는 취준생은 22.2%에 그쳤다. 취업·고용시장의 기형적 현실이 정부 통계로도 확인된 셈이다. 청년 취업난도, 과도한 공시족 쏠림도 어제오늘 문제는 아니지만 그 정도가 심하다.

4차 산업혁명에 접어든 이 시대에도 청년이 공무원시험에 몰리는 현상을 더욱 심각한 경각심과 위기의식을 갖고 보지 않을 수 없다. 공직도 전통적인 선호 직업이고, 우수한 공무원이 많이 필요하기도 하다. 하지만 한국 사회에서 이런 현상이 유별난 원인과 그 부작용을 냉정하게 살피지 못하면 나라 발전은 요원해진다. 더구나 세계는 민간의 창의성을 극대화하면서 활동의 제한도 없애나가는 쪽으로 거대한 메가트렌드를 이루고 있다. 그것이 실질적 국력이면서 국가경쟁력까지 좌우하는 시대다.

한국에서의 과도한 공시족 쏠림은 기본적으로 기업과 시장, 즉 민간에서 제대로 된 일자리가 나오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해마다 떨어지는 성장 여력과 위축된 투자로 인해 악화된 고용시장의 통계·지표는 새삼 언급할 필요도 없다. 급등한 최저임금과 획일적 주 52시간제 등 노조 편향의 고용·근로·임금 제도만의 문제가 아니다. 일련의 기업규제 정책에다 정치권이 주도하는 뿌리깊은 반(反)기업 정서에 기업은 한껏 움츠러들어 있다.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내기 힘든 구조다.

반면 ‘큰 정부’를 지향하는 이 정부에서 공무원 취업문만 한층 넓어졌다. 연금과 부대 혜택 외에 생애소득 면에서도 공무원이 웬만한 민간기업보다 낫다고 할 정도다. 더구나 규제법이 첩첩이 쌓이고, 서비스 행정이 아니라 감시·감독 행정이 판치면서 공직은 여전히 갑(甲) 중의 갑이다. 7급이든 9급이든 젊은 세대가 공무원에 ‘매력’을 느낄 만한 사회로 전락해버린 것이다.

‘세금 내는 일자리’는 줄고, ‘세금으로 만든, 세금으로 사는 일자리’만 늘어나는 나라 장래가 어떻겠나. 공무원이 되려는 청년만 늘어나는 현실은 초등생 꿈이 건물주라는 것만큼이나 딱하다. 회복불능이 되기 전에 기형적 고용시장을 바로잡아야 한다. 노동개혁과 고용시장 정상화가 절실한 또 하나의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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