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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수도권을 대상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를 시행하면서 문재인 대통령이 내건 “짧고 굵게” 약속이 물건너 가는 모양새다. 거리두기가 효과를 발휘할 시점(시행 7~10일)이 됐는데도 코로나19 확산세가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아서다. 오히려 수도권에 묶여 있던 코로나19가 전파력이 2.4배 강한 델타 변이로 ‘변신’한 뒤 휴가철 피서객과 ‘원정 유흥객’을 타고 전국 곳곳으로 퍼지는 등 상황은 악화되고 있다.
정부는 수도권 4단계 연장 여부를 놓고 장고에 들어갔고, 부산 세종 등 지방자치단체들은 거리두기 단계를 격상하는 등 확산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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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코로나 확진자가 튀어오른 게 외부 변수로 인한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는 건 몇몇 코로나19 관련 지표만 봐면 알 수 있다. 먼저 감염재생산지수. 지난주 1.32로 6월 셋째주(0.88) 이후 한 달째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이 수치가 1보다 크면 유행이 지속된다는 의미다.
두 번째는 늘어나는 비수도권 확진자 비중이다. 전날 32.9%로 4차 대유행 이후 가장 높았다. 코로나의 활동무대가 넓어지면 그만큼 잡기도 힘들어진다.
마지막으로 봐야 할 수치는 델타 변이 감염률이다. 지난주 국내 감염과 해외 유입을 합쳐 신규 확진자의 39.9%를 차지했다. 한 달 전(6월 13~19일) 4.8%에서 수직상승했다. 델타 변이 감염자의 43%는 활동을 많이 하는 20~30대였다.
결국 4단계 시행에도 코로나19를 누그러뜨리지 못했을 뿐 아니라 오히려 전파력이 강한 델타 변이가 휴가시즌을 맞아 전국으로 퍼지고 있다는 의미다.
정부도 이런 해석에 동의한다. 이상원 중앙방역대책본부 역학조사분석단장은 “주별 재생산지수를 볼 때 유행이 지속 중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앞으로 (확진자 수)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했다.
정부는 이날 방역 보완대책도 내놨다. 우선 백화점 등 대형 매장의 출입명부 관리를 강화하기로 했다. 최근 백화점발(發) 집단 감염이 잇따른 데 대한 후속조치다. 구체적인 방안은 다음주 내놓기로 했다.
다만 교회에 대해선 수용인원 10%(최대 19명)에 한해 대면 예배를 허용하기로 했다. 최근 일부 교회가 낸 대면예배 금지 집행 신청에 대해 행정법원이 일부 인용 결정을 내린 데 따른 것이다. 다만 과거 방역수칙 위반으로 행정처분을 받았거나 확진자가 발생해 폐쇄된 이력이 있는 종교시설은 제외된다.
비수도권 지자체들도 거리두기 단계를 올리는 등 방역 수위를 높이고 있다. 부산은 이날 역대 최다인 97명의 확진자가 쏟아지자 3단계로 격상했다. 다음달 1일까지 적용된다. 부산시는 또 대표 휴양지인 해운대와 송정 해수욕장에서 야간 취식도 금지하기로 했다. 세종시는 2단계로 끌어올렸다.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거리두기 단계를 높이는 것만으로는 지금의 확산세를 잡기 힘들다”며 “코로나를 잡을 유일한 해법인 백신 도입 일정을 앞당기는 데 더 많은 역량을 쏟아부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수도권 지역 중에서도 모더나 백신만 접종하는 위탁의료기관 251개소는 예외적으로 모더나 백신을 접종한다.
오상헌/이선아 기자 ohyea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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