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밥의 퇴장…식품시장 '빅뱅' 시작됐다

입력 2021-07-28 17:45   수정 2021-07-29 00:27


‘주방이 사라진다(Is the kitchen dead)?’

2018년 스위스 투자은행 UBS는 이런 제목의 보고서를 냈다. 가정간편식과 배달음식 확산으로 더 이상 집에서 요리를 하지 않는 시대가 올 것이라는 전망이었다.

2021년 한국에서 실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산업화에 따른 대량생산 시대의 마지막 보루로 여겨지던 가정의 식탁에 큰 변화가 일고 있다. 밀키트 등 간편식과 배달음식이 엄마표 ‘핸드 메이드’ 집밥을 급속도로 밀어내고 있다. 코로나19로 하루 세 끼 집에서 밥을 먹는 사람이 늘고 있는 것도 이런 변화를 가속화하고 있다.

28일 식품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간편식 시장은 5조원 안팎으로 성장했다. 배달음식 시장은 약 20조원(거래액 기준) 규모로 커졌다. ‘식탁 혁명’을 촉발한 간편식·배달음식 시장은 2018년 12조원에서 불과 3년 새 25조원 규모로 급팽창했다. 가정의 쌀 소비가 지속적으로 줄고 있는 것과 달리 지난해 간편식용 쌀 소비량은 전년보다 4.6% 늘었다.

이런 변화는 집밥에 대한 오랜 관념마저 흔들고 있다. CJ제일제당 트렌드&인사이트팀의 분석에 따르면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집밥 연관 키워드는 ‘엄마’가 아니다. ‘배민’과 ‘쿠팡’이다. 엄마에서 딸로 전수되던 요리 비법은 끊겼다. 요리는 엄마가 아니라 유튜브를 통해 배운다.

1~2인 가구뿐 아니라 자녀를 둔 3인 이상의 가정, 중·장년층 가정도 간편식을 선호한다. 젊은 층은 요리를 ‘못’하고, 중·장년층은 요리를 ‘안’하는 시대로 들어선 것이다.

식품산업도 변화의 소용돌이 속으로 끌려들어갔다. 식품업체가 제품을 만들고 마트는 판매하던 분업시대는 끝났다. 이제 식품회사, 마트, 외식업체, 스타트업 모두가 직접 ‘식사’를 판매하는 식품산업의 빅뱅에 들어섰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런 격동 속에 식품 스타트업 창업은 빠르게 늘고 있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에 따르면 2018년 투자금을 유치한 식품 관련 스타트업은 41개였다. 지난해에는 53개사로 30% 늘었다. 올해는 상반기에만 42개사로 2018년 전체 규모를 넘어섰다. 제조 노하우가 없어도 제품 기획력, 마케팅 능력만 있으면 누구나 식품을 판매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기 때문이다. 문정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식품 제조업, 유통업, 외식업의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e커머스에 이어 식품시장에도 빅뱅이 시작됐다”고 분석했다. 한 식품 스타트업 최고경영자(CEO)는 “5년 이내에 CJ 농심 등 대기업의 독주가 깨질 것”으로 전망했다.

전설리/박종관 기자 slj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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