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실거주 2년 규제가 백지화된 이후 전세 문의가 빗발치고 있습니다. 대치동이 대표 명문 학군이다 보니 비성수기임에도 불구하고 학부모들의 문의가 많습니다."(강남구 대치동 A공인중개 대표)
여름방학을 맞아 서울 명품 학군을 중심으로 아파트 전셋값이 들썩이고 있다. 좋은 학교를 보내려는 학부모들이 이사에 나서면서다. 6~8월이 '명문 학군'으로 불리는 동네들의 전세 비수기임에도 수요가 몰리고 있다는 게 지역 공인 중개업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부동산 정보업체 아파트실거래가(아실)에 따르면 전날 기준 은마아파트 전세 매물은 182건으로 지난 12일 74건보다 두 배 넘게 늘었다. 재건축 단지 조합원이 분양권을 얻기 위한 2년 실거주 의무가 취소되면서다. 집주인들이 직접 실거주를 했거나 공실로 놔뒀던 집을 일제히 전세로 돌리면서 매물이 급증했다.
호가는 소폭 내렸다. 전세 매물이 일시적으로 늘어나면서다. 은마아파트 전용 76㎡는 가장 낮은 매물이 7억원에 형성됐고, 전용 84㎡는 8억원이다. 일주일 전보다 1억~2억원가량 떨어진 수준이다.
대치동 A중개 관계자는 "재건축 2년 실거주 조항이 없어지면서 지난주부터 문의가 폭주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지난 겨울 전세 매물이 없어 이사 오지 못했던 학부모들이 비수기인 여름방학임에도 불구하고 이사를 오기 위해 준비 중"이라고 설명했다.
예비 임차인들은 마음이 급해졌다. 임대차3법으로 일단 전세계약이 체결되면 4년은 거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녀들의 중·고등학교가 3년씩인 점을 감안하면 과거 보다는 부담이 덜한 상황이다.
대치동 B중개 관계자는 "하루 아침에 집주인들이 나가면서 알아서 전세를 놓아달라고 하고 떠나는 상황이 됐다"며 "지금 들어오는 문의 등을 고려하면 풀린 전세 매물이 금방 들어가 전셋값이 다시 오를 수 있다"고 예상했다. 그러면서 "외부 뿐만 아니라 은마 세입자들도 문의가 많다"며 "계약만료를 앞두고 더 오를까봐 잠시 전셋값이 빠졌을 때 아예 이사가서 4년 편히 사는 것도 따져보고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목동 M공인 중개 관계자는 "재건축 실거주 2년 요건 폐지로 일부 매물이 나왔지만 대치동처럼 매물이 쏟아진 정도는 아니다"라며 "집주인이나 세입자들이 나갈 생각이 없어 매물이 없는 가운데 여름방학을 맞아 찾아오는 학군 수요는 많아 가격이 떨어지지 않고 있다"고 했다.
4학군인 노원구도 비슷하다. 학부모 선호도가 높은 중계동 청구3차 전용 84㎡는 8억4000만원에 전세 매물이 나와있다. 바로 옆에 있는 건영3차 전용 84㎡ 호가도 8억5000만원이다. 이미 높아져버린 전셋값의 조정이 크지 않은 상태다.
중계동 U공인 중개 관계자는 "노원구의 경우 재건축 실거주 2년 폐지와 관련한 영향은 거의 없다"며 "5~6월 학군 수요가 한 번 쓸고 간 가운데 8월이 지나면 남은 매물마저 소진될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7월 둘째 주(12일 기준)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 전세가격 매매지수는 전주(0.11%)보다 0.02%포인트 증가한 0.13%를 기록했다. 양천구 전셋값은 둘째 주 기준 0.25% 올라 전주보다 0.18%포인트 급등했고, 강남구와 노원구도 각각 0.14%의 상승률을 보였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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