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김경수의 '댓글여론 조작' 과연 혼자 했을까

입력 2021-07-21 17:32   수정 2021-07-22 14:42

3년 재판 끝에 김경수 경남지사가 대법원에서 ‘댓글을 이용한 여론조작 혐의’로 유죄 판결과 징역형을 확정받았다. ‘드루킹’ 김동원 씨와 공모해 2016년 12월부터 2018년 2월까지 포털에 게재된 7만6000여 개 기사에 8840만여 차례 공감 수를 조작하는 등의 범죄사실이 인정된 것이다.

민주주의 근간을 훼손한 중대범죄에 사법부의 단죄가 실현된 점은 일단 다행스럽다. 여권의 거센 수사 방해 속에 얻어낸 결과여서 의미가 더 크다.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문재인 캠프의 공보를 총괄한 김 전 지사는 명실공히 이 정부 실세다. ‘친정부 성향’의 김명수 대법원조차 그가 여론조작 전반에 관여했다고 판결한 것은 그만큼 범죄증거가 명백하다는 방증일 것이다.

유죄 판결이 났지만 아쉬운 점도 많다. 허익범 특검은 김 전 지사가 2018년 지방선거와 관련해 댓글조작 일당 중 한 명인 도모 변호사에게 일본 센다이 총영사직을 제의한 점을 선거법 위반으로 기소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청탁의 인과관계가 분명하지 않고, 김 전 지사 본인의 선거와 무관하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범죄 공모가 밝혀졌고 대선과 지방선거에 영향을 미친 사실이 분명하다는 점에서 납득하기 힘든 결과다.

2년 형의 낮은 양형에 대한 지적도 불가피하다. 김 전 지사보다 공적 책임이 덜한 드루킹도 3년형을 받았다. 더구나 김 전 지사는 끝까지 거짓진술로 재판부를 기만했고, 판결 이후에도 ‘국민이 최종 판단해 달라’며 사법시스템을 모독했다. 이럴 경우 가중처벌이 통례인데 김 전 지사는 예외적으로 가벼운 형을 선고받았다. 지체된 재판도 황당하다. 드루킹이 3년 형기를 마치고 지난 3월 풀려났는데, 김 전 지사는 이제야 수감돼 ‘지체된 정의’가 되고 말았다. 결과적으로 범죄자가 3년이나 경남 도정을 주무르는 데 사법부가 중대 역할을 한 셈이다.

여당은 “판결을 납득할 수 없다”며 대법원을 성토 중이고, 청와대는 “입장이 없다”며 입을 닫았다. 김 전 지사의 단독플레이가 아닐 것이라는 의구심만 키우는 무책임한 처신이다. 대통령의 측근 중의 측근인 실세 정치인이 대선 캠프에서 벌인 범죄와 거짓말 대행진이 아닌가. 대국민 사과를 넘어 책임있는 자세를 보이는 게 주권자와 민주주의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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