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외교차관이 4년 만에 3자간 외교차관협의회를 열고 대만해협과 남중국해 등 중국이 민감해하는 사안을 대거 언급했다. 북한 비핵화에서 한·미·일 삼각공조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대만해협을 둘러싼 미·중 군사 갈등이 격화하는 가운데 한·미·일 삼각공조를 통해 북핵 문제뿐 아니라 대중(對中) 견제에 나서려는 미국의 움직임이 본격화됐다는 분석이다.
미국 국무부는 21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제8차 한·미·일 외교차관협의회’가 끝난 뒤 “(한·미·일 차관은) 원칙에 입각한 국제질서를 저해·위협 또는 불안정하게 하는 모든 행동에 반대한다는 것을 강조했다”며 “동중국해의 현상 유지를 변화시키려는 어떤 시도나 남중국해 등지에서의 항행 자유를 포함한 국제법 존중을 약속했다”고 밝혔다. 동중국해에 관한 언급은 대만의 현상 유지와 일본의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실효지배를 동시에 겨냥했다는 분석이다. 이어 “협의회는 대만해협에서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는 것의 중요성도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다만 이 같은 내용이 한국 외교부 발표에서는 빠져 중국을 자극하지 않으려 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북핵에 대항하기 위한 한·미·일 삼각공조의 중요성도 강조됐다. 3국은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웠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당시 거의 열리지 않던 협의회를 4년 만에 열고 이를 정례화하기로 합의했다. 최종건 외교부 1차관은 협의회가 끝난 뒤 열린 기자회견에서 “한반도 비핵화는 ‘긴 게임’”이라며 “이를 위해 한·미·일 간 전략 공조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웬디 셔먼 미국 국무부 부장관은 “협의회를 지속적으로 하자고 합의한 것은 북한에 확실한 메시지를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적절한 인내는 필요하지만 지나친 인내는 안 된다”며 북한을 향해 대화 제의에 응답할 것을 촉구했다.
미국이 중국 견제 차원에서 한·미·일 삼각공조를 강화하기 위해 한·일 관계 개선에도 나설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전날 냉랭한 분위기에서 한·일 양자회담을 한 최 차관은 기자회견에서 “정상회담 성사를 위해 마련한 양국 실무협의 성과를 바탕으로 앞으로 지속해서 논의하기로 했다”며 한·일 관계 개선 의지를 강조했다. 모리 다케오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도 “양국 관계를 건전한 관계로 회복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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