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신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이 지난 20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에서 발언한 내용이다. 일명 ‘구글 갑질방지법(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중복 규제 소지가 있다는 우려다. 공정위만으로도 충분히 규제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는 “두 개의 잣대로 (기업을) 규제하는 건 시장을 위해 절대 좋지 않다”고도 했다. 그러자 국내 정보기술(IT)업계에선 “황당하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한마디로 “그동안 뭐하다가 이제 와서”라는 비판이다.
이날 국회 과방위는 구글의 인앱결제 강제를 막는 구글 갑질방지법을 의결했다. 구글 갑질방지법은 구글을 포함해 애플, 원스토어 등 앱 장터 사업자가 지위를 부당하게 이용해 모바일 콘텐츠 제공 사업자에게 특정한 결제 방식(인앱결제)을 강제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것이 골자다.
공정위의 이날 발언은 이런 기류에서 한참 비껴나 있었던 것이다. 그러다 보니 “방통위에 규제 밥그릇을 뺏기는 게 확실시되니까 뒤늦게 재를 뿌리고 있다”는 가시 돋친 발언까지 듣는 수모를 당해야 했다.
공정위 발언은 규제기관의 정체성을 감안하면 원론적 수준이다. 그러나 이런 발언에조차 업계가 민감하게 반응한 건 공정위가 보여준 그간의 행적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공정위는 구글이 빚어낸 각종 불공정 이슈에 대해 조사를 하고 있다. 하지만 업계가 체감할 정도의 성과는 아직 내놓지 못했다.
한국 게임업체들은 10년 넘게 구글의 인앱결제 방식을 따랐다. 구글이 강제했기 때문이다. 수년 동안 넥슨, 넷마블, 엔씨소프트 등 국내 게임사들이 구글 앱 장터에만 게임을 출시한 것도 마찬가지 이유에서다. 업계의 아우성에도 공정위는 역시 꿈쩍하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 구글은 국내 시장 점유율을 높였다. 스마트폰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앞세워 앱 장터뿐만 아니라 구글, 유튜브 앱도 선탑재했다.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이 국내에서 유통되기 전에는 구글과 유튜브의 영향력이 미미했다. 하지만 구글과 유튜브 앱이 설치된 스마트폰이 급증하면서 전세가 역전됐다.
공정위는 갈수록 손쉬운 국내 IT 기업 규제에 힘을 쓰는 것 같다. 연초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를 규제하는 내용의 ‘온라인 플랫폼 중개 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안’(온라인플랫폼 공정화법)을 발의한 것이 대표적이다. 공정위는 한 발 더 나아가 IT 분야 불공정 거래 감시를 강화한다며 관련 조직을 확대했다. “공정위의 칼날은 국내 기업 전용”이란 업계의 비아냥도 갈수록 굳어질 듯한 분위기다. 공정위의 자업자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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