팻 겔싱어 인텔 CEO는 21일 본인의 트윗 계정에 인상적인 사진 한장을 올렸다.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과 함께 찍은 사진이었다. 겔싱어 CEO는 사진에 "우리는 조지 부시 대통령을 정부 자문위원회 회의에 모시고 대통령 시절의 이야기와 현재 당면한 반도체 산업의 도전과제를 논하게 돼서 영광으로 생각한다"는 짤막한 글을 덧붙였다.
겔싱어의 트윗을 접한 반도체 업계 사람들은 "미국과 한국의 반도체기업 경영진을 대하는 모습이 너무나 달라 씁쓸했다"는 반응을 내놨다. 같은 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법무부의 가석방 심사 대상에 올랐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겔싱어 CEO와 이 부회장의 처지가 비교된다는 토로도 나왔다.
겔싱어의 이같은 광폭 행보는 미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덕분에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인텔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겠다는 의지와 반도체 공급망을 재편하겠다는 미국 정부의 의도가 맞물린 결과라는 설명이다. 실제 미국 의회는 미국 내 반도체 공장을 건설할 경우 투자금의 25%에 대해 세금혜택을 주겠다는 법안을 통과시키기도 했다.
한 반도체 기업 관계자는 "미국 정부의 핵심 자문기구에 대표 반도체 기업 CEO를 포함시켰다는 것 자체가 정부 정책 방향을 친기업적으로 설정했다는 뜻일 수 있다"고 해석했다.
이 부회장의 8·15 가석방 심사와 관련해 정부와 청와대 등이 언급을 아끼는 것도 이때문이라는 해석이 이어진다. 국가 경제를 위해 삼성전자의 대규모 투자와 신사업 발굴이 필요하고 이를 결정할 수 있는 의사결정권자가 옥중에 있다는 데 대한 공감대는 형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가석방 혹은 사면으로 이 부회장이 풀려날 경우 현 정부에 대한 핵심 지지층이 이탈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 때문에 극도로 조심해서 사안을 다루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삼성 내부에서도 이 부회장의 가석방 심사에 대한 입장이 밖으로 나갈 경우 자칫 여론 역풍을 맞을 것을 우려해 언급 자체를 꺼리고 있다.
한 기업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시총 비중이 시장의 30% 수준일 정도로 한국 경제의 삼성전자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며 "그런 삼성전자의 영업이익 중 절반을 반도체가 차지하는 만큼 반도체 투자를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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