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뚜기 '라면값 인상' 선언에 결국 소비자단체가 나섰다

입력 2021-07-22 12:14   수정 2021-07-22 13:32


'서민 식품 대명사' 라면의 가격 인상을 앞두고 소비자단체가 반발하고 있다. 오뚜기가 다음 달 주요 라면 가격을 13년 만에 인상하기로 한 데 대해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인상 철회를 요구하고 나섰다.

협의회는 22일 성명을 내고 "오뚜기의 가격 인상이 다른 라면 제조업체들의 연쇄적 가격 인상의 신호탄이 될 수 있어 우려된다"며 "이미 케첩, 카레 등에서 시장지배적 사업자인 오뚜기는 서민의 대표 식품을 제조하는 기업답게 사회적 책임을 지고 이번 가격 인상을 재검토하기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앞서 오뚜기는 다음달부터 진라면 등 주요 라면 가격을 평균 11.9% 인상하기로 했다. 오뚜기의 라면값 인상은 2008년 4월 이후 13년 4개월 만이다. 올해 초 번복했던 가격 인상을 결국 단행한 것이다.

협의회는 오뚜기가 최근 밀가루, 팜유와 같은 식품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 등 상승을 가격 인상 배경으로 꼽은 데 대해 "주요 원재료 가격이 떨어질 때는 꿈쩍도 하지 않다가 원재료 가격이 평년보다 상승하는 시기를 틈타 소비자 가격을 올려버리는 기업들의 행위를 규탄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협의회는 소맥분과 팜유의 수입가격이 2012년부터 2019년까지 장기 시계열에서는 하락추세를 나타낸 점을 들어 가격 인상 근거가 약하다고 꼬집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소맥분 수입가격은 지난해 kg당 326.3원으로 2012년에 비해서는 18.0% 하락했고, 가격이 가장 비쌌던 2013년보다는 22.0% 낮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팜유의 지난해 평균 수입가격은 kg당 813.0원으로 전년보다 26.8% 올랐지만 2012년(1163.3원)보다는 30.1% 낮다고 지적했다.

협의회는 "이 같은 원재료 가격 변동 추이에 비춰 업체는 원재료 가격이 올라갈 때는 제품 가격 인상을 통해 소비자에게 인상분의 부담을 전가하고 원재료 가격 하락 시에는 기업의 이익으로 흡수하는 것이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고 강조했다.


또한 오뚜기의 매출원가 및 판매관리비에서 종업원 급여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5년 8.2%로 최고치 나타낸 후 감소추세로 돌아서 올해 1분기에는 6.8%로 전년보다 0.6%포인트 하락했다고 지적했다.

협의회는 "영업 규모 증가와 함께 인건비 금액이 늘고 있지만 충분한 매출이 발생하고 있으므로 회사 입장에서 원가 압박의 요인이라고 보기 어렵다. 인건비가 비용에서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도 아니어서 이번 가격 인상이 인건비 상승 때문이란 업체의 근거는 미약하다"고 설명했다.

협의회는 소비자교육중앙회, 한국여성소비자연합, 한국소비자연맹 등 11개 소비자단체로 구성된 협의체로 1976년 설립됐다.

한편, 13년 만에 라면 가격 인상을 시도한 오뚜기 외에 라면업계 1위 농심은 2016년 12월 이후 5년째 제품 가격이 제자리다. 삼양식품도 2017년 5월 이후 라면값을 동결한 상태였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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