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시장에 상장을 앞둔 HK이노엔이 22일 항암 세포치료제 분야에서 글로벌 플레이어로 도약하겠다고 선언했다. 위식도역류질환 치료 신약 케이캡(테고프라잔)을 2028년까지 100개국에 진출시키고, 비알코올성지방간염(NASH) 치료 신약 후보와 면역 관련 질환 치료 후보의 조기 라이선스 아웃도 추진할 계획이다.
강석희 HK이노엔 대표는 이날 유튜브 생중계 방식으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이 같은 포부를 밝혔다. 우선 국산 30호 신약이자 회사의 경쟁력으로 꼽히는 케이캡을 적극적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케이캡은 칼륨경쟁적위산분비차단제(P-CAB) 계열의 위식도 역류 질환 치료제다. 프로톤펌프억제제(PPI)가 장악하고 있던 국내 시장에 2019년 출시돼 6개월만에 시장 점유율 1위로 뛰어올랐다. 22개월만에 누적 처방 실적 1000억원을 넘어섰다.
강 대표는 "케이캡과 같은 P-CAB 계열 위식도 역류질환 치료제는 PPI 대비 빠른 약효 발현이 빠르고 야간에도 위산 분비를 억제해준다는 장점이 있다"며 "케이캡의 글로벌 진출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말했다.
우선 미국에서는 직접 임상 1상을 진행 중이며, 완료되기 전까지 파트너사를 결정할 계획이다. 유럽과 미국에서는 조인트벤처(JV) 설립을 통해 성과를 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중국에서는 파트너사가 경구제형의 케이캡을 내년 2분기까지 출시할 예정이다. 올해 6월에는 주사제형이 추가로 기술수출됐다. 이외 소규모 국가들에서는 라이선스 아웃 전략을 활용해 2028년까지 케이캡 출시국을 100개국으로 늘리는 목표를 세웠다.
강 대표는 일본 시장을 예로 들면서 케이캡의 장점을 소개했다. 다케다제약의 P-CAB 제품인 다케캡은 2015년 일본에서 출시됐는데, 작년말 기준 매출 8800억원을 기록하며 일본 시장 점유율 30%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 일본의 기존 치료제 시장을 대체할 뿐 아니라 새로운 수요를 창출해 시장도 동반 성장하고 있어 케이캡 또한 경쟁력이 있다는 분석이다.
그는 "일본과 한국 시장을 바탕으로 분석해보면, 2023년 글로벌 시장은 약 23조원 규모로 형성될 것"이라며 "케이캡과 같은 P-CAB는 글로벌 위식도 역류질환 치료제 시장에서 약 8%의 점유율을 차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케이캡을 이을 후속 파이프라인은 모두 16개다. 강 대표는 합성신약 파이프라인 중 NASH 치료 후보 IN-A010과 면역관련 질환 치료 후보 IN-A002의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IN-A010은 유럽에서 임상 1상을 완료했으며, NASH와 녹내장에 대한 임상 2상을 승인받았다. IN-A002는 현재 국내에서 임상 1상이 진행되고 있다. HK이노엔은 향후 국내에서는 아토피 피부염 치료제로, 해외 라이선스아웃을 통해서는 류마티스관절염 치료제로 각각 IN-A002를 개발할 계획이다.
항암 세포유전자 치료제 분야에서는 키메라항원수용체(CAR)-T세포 치료제와 CAR-자연살해(NK)세포 치료제 분야에 집중하고 있다. 강 대표는 “선제적으로 자가 CAR-T와 CAR-NK의 배양에 적합한 우수의약품 제조·품질 관리(GMP) 인증 시설을 이미 구축했다”며 “선진 시장 진출을 위해 차세대 기술을 확보하고 다중 사이트 전략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백신 분야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후보 IN-B009에 대한 임상 1상 진입을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신청했고, 수족구 2가 백신 후보 IN-B001의 임상 1상을 진행 중이다.
HK이노엔이 적극적으로 연구·개발(R&D)에 투자할 수 있는 배경은 회사의 탄탄한 수익성이다. 케이캡 외에도 블록버스터(연 매출 100억원 이상)급 전문의약품 13개 품목을 판매하고 있다. 케이캡에 대해서도 원료의약품(API) 제조소 구축, 중간체 공급 채널 다변화 등을 통한 수익성 제고를 추진 중이다.
숙취해소제 컨디션으로 유명한 HB&B 부문은 안정적 성장세를 바탕으로 모회사인 한국콜마와의 협업을 통해 1조1000억원 규모의 더마코스메틱 시장에 진출했다.
HK이노엔은 오는 26일까지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수요예측을 한 뒤 29~30일 일반 투자자를 대상으로 공모주 청약을 받아 다음달 초 상장할 예정이다. 희망 공모가 밴드는 5만~5만9000원으로 공모 금액은 5059억~5969억원이다.
회사 측은 이번 상장을 통해 최소 3000억원이 회사로 유입될 예정이라며 1500억원은 차입금을 상환해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나머지는 투자에 사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강 대표는 “우리 사명에는 혁신 기술 간의 연결로 바이오 헬스케어의 내일을 그려가겠다는 정신을 내포하고 있다” 며 “세계 최고 수준의 제약/바이오 기술과 노하우, 선도적 제조 역량을 바탕으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넘버원(No.1) 바이오헬스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겠다”고 말했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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