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 "비트코인 결제 재개할 수도"…암호화폐 일제히 상승

입력 2021-07-22 17:44   수정 2021-07-23 00:29

“비트코인 가격이 내려가면 나도 돈을 잃는다. 내가 펌핑(가격 흔들기)을 할 수 있을진 몰라도 덤핑(팔아치우기)을 하진 않는다.”

암호화폐 시장을 들었다놨다 하는 그의 ‘말발’은 여전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21일(현지시간) 인터넷으로 생중계된 비트코인 콘퍼런스 ‘더 B 워드’ 토론에 나와 이렇게 밝혔다. 이날 토론에는 잭 도시 트위터 CEO와 캐시 우드 아크인베스트 CEO도 참석했다. 친(親)코인 진영의 대표적 스타 CEO 3인방이 뭉쳤다는 사실만으로 시장의 관심이 뜨거웠다.

‘호재’를 원했던 암호화폐 투자자들의 요구에 머스크는 화끈하게 응답했다. 우선 지난 5월 중단했던 테슬라의 비트코인 결제를 재개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그는 화석연료 사용을 유발하는 코인 채굴이 환경에 좋지 않다는 시각을 고수하면서도, 최근 친환경에너지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을 좋게 평가했다. 머스크는 “비트코인의 신재생에너지 사용 비중이 50% 이상이 되고 계속 높아지는 추세가 확인된다면 테슬라는 비트코인 결제를 재개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또 “채굴업계가 친환경 전환을 위해 노력한다면 테슬라는 지지를 보낼 것”이라고 했다.

머스크는 테슬라와 함께 CEO를 맡고 있는 스페이스X 역시 비트코인을 보유 중이라고 밝혔다. 개인적으로는 비트코인, 이더리움, 도지코인을 갖고 있다고 했다. 스페이스X가 비트코인에, 머스크가 이더리움에 투자한 사실은 처음 공개된 것이다. 세간의 ‘시세 조종’ 비난을 의식한 듯 “가격을 높여 비싸게 파는 일은 생각하지 않는다”며 “비트코인이 성공하는 것을 보고 싶다”고 했다. 또 “나는 비트코인을 팔지 않고 있고, 테슬라와 스페이스X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머스크는 테슬라가 비트코인을 더 사들일 가능성도 열어뒀다. 테슬라 자금 일부를 유럽 은행에 넣어뒀는데 마이너스 금리가 적용되고 있다며 “이 자금을 반드시 비트코인으로 옮길 것”이라고 했다.

도시는 “비트코인 네트워크가 인터넷 초창기를 연상시킨다”고 했고, 우드는 “비트코인은 인플레이션 위험을 회피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날 ‘심리적 지지선’ 3만 달러가 무너졌던 비트코인은 이날 3만2000달러대로 급반등했다. 위험자산 시장이 다소 회복된 데다 이 행사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감이 높았던 영향이다. 이더리움과 도지코인 가격은 하루 새 10% 안팎 뛰었다. 비트코인의 환경 문제를 지적한 머스크와 비트코인을 철석같이 신봉하는 도시·우드가 치열한 논쟁을 벌일 것이란 예상도 있었지만 머스크가 화제성을 압도하는 분위기였다.

한편 금융위원회는 한국인을 상대로 영업하는 해외 암호화폐거래소 27곳에 서한을 보내 9월 24일까지 사업자 신고를 하도록 안내했다고 이날 밝혔다. 신고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업체는 접속 차단, 형사고발 등으로 대응하기로 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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