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유승민 "애플·아마존 경쟁력은 두뇌, 인재양성 최우선"

입력 2021-07-22 15:41   수정 2021-07-22 15:47


“경제에 ‘마술’은 없습니다. 한국경제를 다시 성장 추세로 되돌리려면 다소 고통스럽더라도 개혁을 추진해야 합니다. ”

유승민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의원은 22일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에서 “이번 대선은 달콤한 포퓰리즘이냐, 성장을 위한 고통스러운 개혁 중 양자택일해야 하는 선거가 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유 전 의원은 서울 여의도의 대선 캠프 사무실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경제 문제는 하나는 확실하게 해결할 ‘경제대통령’이 되겠다”고 여러 차례 약속했다. 현재 한국사회의 시대 정신을 묻는 질문에도 “공정한 경제 성장”이라며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지속되고 있는 저성장, 양극화 기조를 다음 정권에서 되돌리지 못한다면 대한민국의 선진국 진입은 영원히 어려울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특히 여권 대선 후보 지지율 1위인 이재명 경기지사에 대해 “포퓰리스트 정치인”이라며 유독 날을 세웠다. 그는 “국민들에게 월 50만원, 100만원 씩 기본소득을 나눠주는 게 성장정책이라고 하는데, 세상에 이런 거짓말은 없다”며 “경제엔 공짜점심이 없다, 한국 경제의 기본 체력과 실력이 늘지 않는다면 경제는 결코 성장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이런 유 전 의원을 두고 이 지사는 여러 차례 인터뷰에서 “정치인으로서 신념도 있고, 내공도 있다”며 “야권에서 가장 껄끄러운 후보”라고 평가한 바 있다. 공교롭게도 유 전 의원과 이 지사가 공통적으로 내세우는 제1공약이 ‘공정 성장’이다.

유 전 의원은 ‘차기 대통령이 되면 가장 우선적으로 추진할 공약’을 묻는 질문에 주저 없이 ‘인재 양성’이라고 답했다. 유 전 의원은 “과거처럼 값싼 노동력을 농촌에서 도시로 이주시키고, 국민들이 저축한 돈을 기반으로 중화학, 철강, 자동차 등 전통 주력 사업을 키우는 박정희식 성장 모델로는 경제를 성장시킬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아마존, 구글, 페이스북이 스타트업으로 시작, 양질의 고임금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한 경쟁력의 원천은 인재”라며 “상하이, 선전 등 중국의 동부 해안 도시들도 미국을 본떠 앞서가고 있다, 우리는 이미 늦었다”라고 부연했다. 이어 “현 정부에서 공공부문 일자리에 쏟아붓고 있는 막대한 돈을 인재를 키우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유 전 의원은 어떤 방식으로 인재를 양성할거냐는 질문엔 ‘대학의 칸막이 교육’의 문제점을 한 예로 들며 “최소한 단과대학의 경계를 없애 학생들이 원하는 수업을 듣고 전공을 정할 수 있게 해야 한다”며 “서울대 법대, 상대 학생들도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관련 전공을 선택할 수 있는 방향으로 대학을 개혁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유 전 의원은 고통스러운 개혁을 성공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선 사회적 합의와 소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귀족노조가 죽어야 청년이 산다”며 노동 개혁을 추진하고 있는 같은 당 윤희숙 의원을 예로 들며 “귀족노조, 강성노조라는 말을 쓰면서 그 사람들을 열심히 때리면 보수층에선 표를 얻을지는 모르지만, 개혁은 요원해진다”며 “민노총, 한노총을 적으로 돌리면 노동 개혁을 제대로 추진하기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노동계는 고용 유연성, 기업들은 사회안전망 확충 등 서로가 각각 한 발씩 양보해야 사회적 타협안이 나올 수 있다는 의미다.

그는 공교육 개혁도 교수나 교사들을 ‘기득권 세력’ 이나 ‘개혁 대상’으로 몰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유 전 의원은 “대학 개혁에 교수들이 저항하는 가장 큰 이유는 (제도 개혁 과정에) 본인의 학과가 폐지될 수 있다는 걱정때문”이라며 “교수를 갑자기 실업자로 만드는 개혁은 절대로 성공할 수 없다”라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단 한 명이라도 학생이 있다면 수업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준 후 개혁을 추진하는 게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덧붙였다.

유 전 의원은 같은 맥락에서 국회와 관계를 중시했다. 그는 “대통령제 국가에선 대통령만이 해결할 수 있는 난제가 있지만 대통령 혼자 제도 개혁을 완수할 수 없는 현실도 잘 인식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임대차 3법’을 예로 들며 “설사 정권교체가 되더라도 민주당이 180석을 차지한 여소야대 국면에선 임대차 3법을 폐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대안으로 3주택자, 2주택자 등 민간 임대사업자들이 전·월세 공급을 보다 원활하고, 저렴하게 공급할 수 있는 방안 등을 찾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예를 들어 지난 5년간 집값과 공시가격이 오르면서 재산세 부담이 너무 가파르게 올랐다”며 “임대인들은 급격히 오른 재산세 부담을 임차인에게 전가하는 부작용 등은 자세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부동산 정책에 대해선 “집값 급등의 진앙지인 수도권에서 공급을 대폭 늘려주겠다는 시그널(신호)을 주면 부동산 과열은 상당 부분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며 “도심 용적률 규제와 재건축 규제 등을 완화해 민간 주도의 공급을 늘리는 방안 등이 있다”고 했다. 규제가 완화될 경우 부동산 시장이 다시 과열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선 “차기 정부 초반 충분한 주택이 공급된다는 신뢰를 시장에 주면 수요-공급의 시장 논리에 따라 시장이 안정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현재 상황은 수도권 부동산 시장에 거품이 끼어있다고 본다”며 “거품이 갑자기 꺼져 경착륙할 가능성도 경계하면서 정책을 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최근 불거져 나오는 2030세대들의 공정 논란에 대해선 “마이크 샌델 교수의 얘기처럼 ‘기회의 평등과 조건의 평등’이 함께 보장해야 공정한 사회가 될 수 있다”며 “그런 점에서 능력주의를 우선하는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생각을 달리한다”고 했다. 그는 “어렸을 때 영어유치원을 다니고 해외 연수를 받아 영어 소통 능력의 차이가 생기고 이로 인해 대학 진학과 취업 과정에도 영향을 준다면 공정한 사회라고 말하기 어렵다”며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의 격차로 기울어진 운동장을 최대한 평평하게 보정해야 한다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런 문제를 최대한 바로 잡아줄려면 국가가 공교육의 틀 안에서 영어 교육을 책임지면 된다”고 덧붙였다.

좌동욱/성상훈 기자 leftk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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