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일병 폭행사망' 손배소 1심서 "국가 책임 없다"…유족 "억울하고 원통"

입력 2021-07-22 17:19   수정 2021-07-22 17:45


일명 '윤 일병 사건'의 유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배상청구에서 패소했다. 가해자 이 모 병장에 대한 손해배상의 책임은 인정됐으나 국가의 배상의무는 없다는 판결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33부(부장판사 정철민)는 윤 일병의 유족 4명이 국가와 주범 이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주범 이씨가 윤 일병의 유족 4명에게 총 4억1000만여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다만 재판부는 "피고 대한민국(군 당국) 이 주의의무를 위반하고 이에 위법성이 있다고 인정할 근거가 없다"며 유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부분을 기각했다.

이에 유가족들은 억울하다고 항변했다. 고(故) 윤 일병의 어머니 안미자씨는 "군 잘못 밝히기 위해 민사재판에 왔는데 어떻게 이런 결과가 있을 수 있는지 억울하고 원통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윤 일병 폭행 사망 사건'은 2014년 3월 병장이었던 이씨를 비롯해 병장 하모씨, 상병 이모씨, 상병 지모씨에게 가혹행위를 당하고 마대자루와 주먹 등으로 수십 차례 집단 폭행을 당한 끝에 같은해 4월 숨을 거둔 사건이다.

사건의 가해자인 이 모씨는 2심에서 징역 35년을 선고받고 수감중이다. 이번 판결로 손해배상 책임까지 지게 됐다.
2014년 윤일병 사건...왜 '군'책임은 빠졌나?
그러나 유족 안 씨는 "우리가 민사재판까지 오며 7년간 법정다툼을 한 이유는 군 당국의 잘못을 묻기 위해서지 가해자 처벌에는 관심없다"는 입장이다.

유가족이 군 당국에 책임을 묻는 이유는 판결문에서 찾아볼 수 있다. 유족들은 "군복무 중 장병이 사망하는 경우 대한민국(군)은 철저한 수사를 통해 사고 경위를 밝혀 상응하는 처벌이 내려지도록 해야 한다"며 "가족에게 그 내용을 정확히 알릴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윤 일병 사망 당시 군은 제대로 사인을 확인하지 못하고 부검이 있기도 전에 사망원인을 '질식사'로 알렸으며 부검의 역시 이에 맞춰 부검 감정서를 작성해 논란을 일으켰다.

그러나 재판부는 당국이 윤 일병 사건의 전말을 몰랐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지 고의 은폐한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망인이 병원으로 후송된 때부터 그 다음날까지 폭행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잘못은 있으나 이를 근거로 헌병대 수사관의 수사가 현저히 불합리하거나 부실수사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한 "부검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질식사'로 사망원인을 알린 것은 헌병수사관들로부터 파악된 결과를 전해듣고 중요 사건보고서에 기재한 것이지 은폐하려는 행위로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유가족은 재판이 끝난 이후 취재진과 만나 "사인을 조작했다는 것 자체가 이 사건 수사가 얼마나 엉터리였는지를 보여준다"며 "형사재판을 통해서라도 끝까지 군 책임 묻겠다"고 밝혔다. 다만 "항소 여부는 좀 더 논의해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현아 기자 5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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