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이 상장을 앞둔 기업이 제출한 증권신고서를 정정하라고 요구한 사례는 2019년까지 한 건도 없었으나 지난해 6건이 있었고 올해는 벌써 9건에 달한다. 금감원은 금융시장이 코로나19 쇼크에서 벗어나기 시작한 지난해 하반기부터 증시가 본격 반등세를 보이면서 이른바 ‘따상’ 등을 노린 공모주 묻지마 청약 광풍이 불자 증권신고서를 까다롭게 들여다보고 있다.
개인투자자, 특히 투자경험이 많지 않은 젊은세대나 은퇴자들까지 증시로 몰리면서 투자자 보호의 필요성이 커진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하지만 투자자 보호는 이미 시행 중인 금융소비자보호법 등 관련 법령에 따라 이뤄지면 되는 것이지 금감원이 공모가에 관여한다고 더 잘 되는 것은 아니다. 공모가는 수요·공급 법칙에 따라 비싸면 외면받고 싸면 흥행하는 것인데 금감원이 자꾸 개입하는 것은 시장경제 원칙에도 어긋난다.
공모가에는 당장 평가하기 쉽지 않은 미래가치나 기대이익 등도 반영될 수 있는데 금융감독 기관이 그에 대한 적정성을 평가한다는 것은 난센스다. 기업가치 산출은 기업이 하고 투자자에 의해 선택 및 평가를 받으면 그만이다. 라임·옵티머스 펀드에 대한 부실 검사·감독으로 막대한 투자자 손실을 초래한 금감원이 이제와서 투자자 보호를 앞세우며 공모가에 개입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금감원의 증권신고서 정정요구로 상장이 미뤄진 카카오페이는 올 하반기 야심차게 준비해온 신사업들을 줄줄이 연기해야 할 판이라고 한다. IPO를 통한 자금조달이 막히면서 관련 투자가 올스톱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IT분야 신산업은 타이밍이 관건인데 적기를 놓치는 것은 아닌지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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