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4단계 연장 가닥…비수도권 3단계 격상·'6시 통금' 고심

입력 2021-07-22 17:23   수정 2021-07-23 01:02


“여러 위원이 ‘일반 국민이 먼저냐, 자영업자가 먼저냐’고 묻는데 할 말이 없더군요. ‘소상공인의 어려움은 알지만 지금은 방역수위를 무조건 올려야 한다’는 분위기였습니다.”

지난 21일 오후 8시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 주재로 온라인으로 열린 ‘생활방역위원회’에 소상공인 대표로 참석한 노화봉 소상공인정책연구센터장은 회의 분위기를 이렇게 전했다. 의료계와 산업계, 시민단체 등으로 구성된 참석자들의 의견은 이내 ‘25일 종료되는 수도권 거리두기 4단계 조치를 2주 연장하고 비수도권 방역수위도 끌어올려야 한다’로 모아졌다.

정부는 위원회 의견 등을 감안해 23일 수도권 거리두기 조정안을 발표한다. 수도권은 4단계 2주 연장이 유력하다. 비수도권의 경우 일괄적으로 3단계로 격상하거나 수도권처럼 ‘오후 6시 이후 3인 이상 모임 금지’를 추가하는 방안 등을 마련해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다.

○고삐 풀린 비수도권 확진자
22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전날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1842명이다. 20일(1781명)보다 61명 늘면서 사상 처음으로 1800명대로 올라섰다. 청해부대 확진자 270명을 빼면 전날보다 200명 이상 줄어든 수치지만, 여전히 “4차 유행의 한가운데에 있는 상황”(배경택 중앙방역대책본부 상황총괄단장)이다.

이날 방역당국 브리핑의 ‘키 포인트’는 전체 확진자 수가 아닌, 비수도권 확진자 비율이었다. 4차 대유행 이후 가장 높은 35.6%로 뛰었기 때문이다. 최근 1주일 평균치(31.0%)를 봐도 직전 주(25.5%)보다 큰 폭으로 늘었다. 4차 대유행 직전인 지난달 29일(16%)과 비교하면 20일 만에 두 배가 됐다.

전문가들은 델타 변이 바이러스와 휴가철, 풍선효과가 맞물린 결과로 풀이한다. 기존 바이러스보다 전파력이 2.4배 강한 델타 변이가 여름휴가를 떠난 피서객에 묻어 강릉 부산 제주 등 휴양지로 퍼졌다는 얘기다. 지역별로 사적 모임 허용인원이 다른 것도 ‘원정 유흥’을 부추겼다. SK텔레콤의 휴대폰 이동량을 보면 지난 주말 수도권 이동량은 2주 전 주말보다 8.6% 감소한 반면 비수도권의 이동량은 5.3% 늘었다.

이로 인해 강릉에 이어 부산도 이날 거리두기 4단계 격상 검토에 들어갔다. 전날 부산 확진자 수가 116명으로 사상 최다를 기록한 데 따른 것이다.
○비수도권도 ‘6시 통금’ 되나
방역당국의 관심은 ‘수도권 확산세 반전’과 ‘비수도권으로의 유행 확산 차단’에 맞춰져 있다. 그런 만큼 방역수위 격상은 ‘예고된 수순’이다. 수도권은 아직 4단계 효과가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은 만큼 2~3주 연장할 것으로 의료계는 내다보고 있다.

비수도권에 대해선 ‘방역 강화’란 총론에는 이견이 없지만, 각론에선 의견이 분분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논의되는 방안은 크게 세 가지다.

먼저 일괄적으로 3단계를 적용하는 방안이다. 이른바 규제가 약한 지역으로 사람이 몰리는 풍선효과를 방지할 수 있지만 자영업자 피해와 국민의 방역 피로감을 키울 수 있다는 게 약점이다. 전날 확진자가 4명밖에 안 나온 전북 등 1단계 지역에도 3단계를 적용한다는 점에서 ‘과잉규제’ 논란도 부를 수 있다. 3단계가 되면 식당·카페·유흥시설 영업시간이 밤 12시에서 10시로 단축되고 각종 행사 허용인원도 절반으로 줄어든다.

두 번째는 사적 모임 규제만 일괄 강화하는 방안이다. 현재 ‘5인 이상 모임 금지’가 전국적으로 시행되는 만큼 수도권에 적용하고 있는 ‘오후 6시 이후 3인 이상 모임 금지’만 추가하면 된다. 자영업자 피해와 과잉 규제 논란을 비켜갈 수 없지만, 산발적인 감염을 막을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란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마지막은 확진자가 많이 나온 지역과 주변 지역만 콕 집어 규제하는 ‘핀셋 방역’이다. 자영업자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지만,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풍선효과를 부를 수 있다는 점에서 방역당국이 선택하기에는 부담스러운 옵션이란 지적이 많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비수도권에 대한 일괄 3단계 적용, 사적 모임 규제 강화 등 여러 조치를 열어두고 논의 중”이라고 했다.

오상헌/이선아/안대규/최다은 기자 ohyea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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