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중고' 시달리는 LCC, 끝없는 악재에 실적은 '악화일로'

입력 2021-07-22 10:53   수정 2021-07-22 11:04


저비용항공사(LCC)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코로나19 4차 대유행으로 여객수 감소가 불가피한 가운데 유가까지 오름세다. 여기에 내년부터는 항공 부품 관세 면제 혜택도 사라져 부담이 더 커질 전망이다.

22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LCC들의 수익구조는 악화일로다. 올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적자를 기록할 전망이다. 영업손실 전망치는 제주항공이 753억원, 진에어 557억원, 티웨이항공이 390억원 등이다. 화물운송 사업으로 버티고 있는 대형항공사들과 달리 LCC는 여객운송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국제선 여객 수는 급감했고 국내선은 공급과잉으로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에선 “국제선 여객 수익이 코로나19 이전으로 회복되지 않는 이상 적자에서 빠져나오기 힘들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달 정부가 사이판과 트래블버블 협약을 체결하자 LCC 업계에 살짝 햇살이 비추는 듯 했다. 그러나 이달 코로나19 4차 대유행이 번지면서 여행수요는 여전히 회복되지 않고 있다. 22일 국내 신규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1800명선을 넘으며 최다 기록을 경신했다. 이 때문에 트래블버블 협약에 포함된 ‘서킷 브레이커’ 조항이 적용되는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이 조항은 코로나19 상황이 악화되면 상대국에서 트래블 버블을 일시중단하거나 시행을 연기할 수 있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다만 현재로서는 서킷 브레이커가 발동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항공업계의 얘기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사이판이 선제적으로 제한을 두지 않는 이상 우리 정부쪽에서 먼저 발동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며 “만약 트래블버블을 닫아버리면 이걸 다시 열 때도 정부 입장에서는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사이판 외 다른 국가들과 트래블버블 체결은 당분간 어려워 보인다”며 “궁극적으로는 방역당국이 키를 갖고 있고, 코로나19 상황도 한주 한주 바뀌어서 업계에서도 예단하기가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유가는 여전히 부담스러운 수준이다. 지난 19일 기준 두바이유는 배럴당 71.68달러를 기록했다. 같은날 서부텍사스원유(WTI)는 66.42달러를 기록했다. 서부텍사스원유의 경우 전날보다 7.5% 떨어지긴 했지만, 지난 1월 가격이 배럴당 52달러 수준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여기에 항공 부품 관세 면제 혜택 축소라는 악재도 겹쳤다. 관세법 제89조(세율불균형물품의 면세)는 항공기 부품 및 원재료에 대한 세율이 완제품 세율보다 높아지는 현상을 방지하기 위한 조항이다. 내년부터 해당 조항의 일몰이 시작된다. 현재 100%인 항공기 부품에 대한 관세 감면율이 내년에는 80%, 2023년에는 60% 등으로 축소돼 2026년에는 면세 혜택이 완전히 사라질 예정이다.

한 LCC업계 종사자는 “코로나19가 유행하기 전에, 항공업계 사정이 좋았을 때 검토됐던 사안들이 이제서야 실행되고 있다”며 “상황은 180도 바뀌었는데 관련 조치들은 한박자씩 늦게 시행돼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이어 “LCC업계 입장에선 가만히 앉아있다가 부담만 늘어나는 상황”이라며 “생사의 기로에 서 있는데, 있던 혜택조차도 빠지고 있어 답답하다”고 말했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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