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재난지원금 지급은 고소득자 등 상위 12%를 제외하는 것으로 결론났다. 선별 지급 원칙이 관철되면서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이 주장한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은 무산됐다. 하지만 기재부가 처음 제출한 하위 70% 지급안은 물론 지난달 2차 추경안 발표 당시 하위 80% 지급에서도 크게 후퇴했다. 맞벌이 가구 등을 중심으로 가능한 한 지급 대상을 늘리자는 여당의 주장에 밀렸다.
1조1000억원으로 편성했던 카드 캐시백은 4000억원 감소했다. 민주당은 “코로나19 4차 확산이 극심한 상황에서 소비진작책의 일종인 카드 캐시백을 도입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며 전액 삭감을 주장했다. 이 돈을 지원금으로 돌리자고 했다. 하지만 홍 부총리는 “코로나19가 잠잠해질 가능성이 높은 4분기도 생각해야 한다”며 카드 캐시백 시행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일부 여당 의원은 국채 상환에 쓰일 2조원도 삭감해 재난지원금과 소상공인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 부총리 역시 협상 과정에서 국채 상환보다는 카드 캐시백을 지키려 했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지난해 이후 100조원에 가까운 추경과 그에 따른 국가부채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에 민주당 측도 국채 상환을 지지하는 것으로 태도를 바꿨다.
2차 추경안 수정 방향을 협의하며 당정 간 갈등은 한때 최고조에 달했다. 민주당이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방침을 정한 이후 “홍 부총리가 사의를 표명했다”는 말도 나왔다. 하지만 김부겸 국무총리와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 등이 적극적으로 당정 간 이견을 조율해 23일 합의에 이르렀다.
기재부 안팎에선 홍 부총리가 거대 여당과의 협상에서 그래도 선방한 것이란 진단도 나온다. 그 배경엔 헌법에 명시된 예산 증액 동의권이 있다는 분석이다. 헌법 57조는 “국회는 정부의 동의 없이 정부가 제출한 지출예산 각항의 금액을 증가하거나 새 비목을 설치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본예산 지출에서 1조9000억원이 삭감된 만큼 엄밀한 의미에서 2차 추경이 증액된 것은 아니며 이는 홍 부총리가 거둔 큰 성과”라고 말했다.
김소현 기자 alp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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