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망신"…중계 참사 MBC에 외신·재한 외국인 '맹비난'

입력 2021-07-25 12:19   수정 2021-07-25 12:20


MBC가 2020 도쿄올림픽 개막식에서 각국 선수단을 소개하는 과정에서 부적절한 사진을 사용한 논란이 좀처럼 식지 않고 있다. 개막식 방송 말미에 아나운서들이 사과했지만, 이미 나가버린 방송은 나가버린 터다. 국내 누리꾼들은 물론이고 재한외국인과 영국, 러시아, 호주, 미국 등 해외 언론들마저 비판에 가세하면서 국제적 망신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영국 가디언은 24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엔 체르노빌, 이탈리아엔 피자: 한국 TV 올림픽 사진에 대해 사과하다'라는 제목의 보도를 통해 "MBC가 부적절한 사진과 자막에 대해 사과했다"며 문제의 사진과 자막을 조목조목 짚어 비판했다.

이 매체는 MBC가 각 국가를 소개하면서 해당 국가 사진과 사실들을 전달했는데 일부 '모욕적인'(offensive) 이미지를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또 대부분은 '무의미하고 이상했다'고도 지적했다. 매체는 암호화폐를 법정화폐로 채택한 엘살바도르를 설명할 때는 비트코인 사진을, 노르웨이에는 연어 사진, 이탈리아에는 피자 등을 넣었다고 했다.

특히 논란이 된 우크라이나 선수단 등장 때는 역사상 최악의 원전 사고로 꼽히는 체르노빌 사진을 보여줬고, 아이티 소개 때는 폭동 사진과 함께 "대통령 암살로 정국은 안갯속"이라는 자막을 삽입했다고 비판했다. 앞서 조브넬 모이즈 아이티 대통령은 이달 초 자택에서 괴한들의 총에 맞아 숨졌다.

방송에서는 아프가니스탄 선수단이 입장할 때 소개 사진에 양귀비 운반 사진이 등장했다. 아프가니스탄이 마약 재료인 양귀비의 세계 최대 생산국이라는 오명을 안고 있다. 팔레스타인은 국가적 분쟁의 상징인 이스라엘의 분리 장벽을 화면으로 사용했다. 시리아에 대해서는 "10년간 계속된 내전"이라고 소개했다. 칠레를 소개하는 자료화면에는 스페인의 산티아고 순례길 사진이 사용됐고, 스웨덴을 소개할 때는 복지 선진국을 `복지 선지국`으로 오기한 화면을 송출했다.

음식을 이용한 국가 소개도 공감을 얻지 못했다. 노르웨이 대표 사진으로는 연어를, 이탈리아는 피자, 일본은 초밥을 소개 사진으로 썼다. 일본 네티즌들은 우크라이나 사진을 빗대 "동일본 대지진이나 후쿠시마 원전사진이 나올 뻔 했는데 그나마 초밥이 나와 다행"이라고 비꼬기도 했다.

미국 스포츠 전문 매체 'ESPN'도 로이터통신을 인용해 '한국 방송 TV가 올림픽 개막식에서 부적절한 사진 사용으로 사과하다'는 제하의 보도에서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재한 외국인도 비판에 가세했다. JTBC 예능 프로그램 비정상회담 등을 통해 얼굴을 알린 러시아 출신 방송인 일리야 벨라코프(사진·40)는 자신의 트위터에 "이 자막 만들면서 '오, 괜찮은데'라고 생각한 담당자, 대한민국 선수들이 입장했을 때 세월호 사진 넣지, 왜 안 넣었어? 미국은 9·11 테러 사진도 넣고"라며 "도대체 얼마나 무식하고 무지해야 폭발한 핵발전소 사진을 넣어?"라고 지적했다.

한편 논란이 일자 MBC는 다음날인 지난 24일 홈페이지에 한글과 영문 사과문을 동시에 올렸다. 사과문에서 MBC는 "23일 밤 도쿄올림픽 개회식을 중계 방송하면서 국가 소개 영상과 자막에 일부 부적절한 사진과 표현을 사용했다"며 "해당 국가 국민과 시청자 여러분께 다시 한 번 정중히 사과드린다"고 했다.

이어 "문제의 영상과 자막은 개회식에 국가별로 입장하는 선수단을 짧은 시간에 쉽게 소개하려는 의도로 준비했지만, 당사국에 대한 배려와 고민이 크게 부족했고, 검수 과정도 부실했다"면서 "변명의 여지가 없는 잘못"이라고 설명했다.

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sha01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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