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이전 공공기관 대상 아파트 특별공급(이하 특공)을 받은 공기업 임직원 중 절반이 아파트에 단 하루도 살지 않은 채 팔아 수억원의 차익을 남긴 것으로 나타났다. 지방 이전 직원들의 주거 안정을 위해 시세보다 싼 가격에 분양하는 특공이 재테크 수단으로 변질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정부 역시 특혜만 줬을 뿐 ‘특공 먹튀’를 막을 수 있는 예방책에는 손을 놓으면서 ‘특테크(특공+재테크)’를 사실상 방조했다는 지적이다.
울산으로 이전한 에너지공단은 지금까지 82명의 임직원이 특공 아파트를 받았다. 하지만 실제 입주한 사람은 27명에 불과했다. 55명은 특공만 받아놓고 입주하지 않았으며 이 중 46명은 전매제한 기간(3년)이 지나자마자 아파트를 매각했다.
전북 전주로 옮긴 전기안전공사 역시 분양받은 56명의 직원 중 28명이 단 하루도 살지 않았다. 이들 가운데 19명은 아파트를 처분했다. 강원 원주로 이전한 광물자원공사도 37명 중 8명이 미입주했고 이 가운데 5명이 아파트를 팔았다. 경남 진주로 옮긴 주택관리공단은 90명 중 단 8명만 실제 입주했다. 57명이 아파트를 팔아치웠다.
에너지공단에 재직 중인 직원들도 2015년 울산 매곡동 ‘에일린의뜰 2차 아파트’를 3억원 이하 가격에 분양받았다. 2018년 입주가 가능했지만 살지 않고 2019~2021년 대부분 처분한 것으로 확인됐다. 아파트 시세는 2019년 3억원대 초중반에서 최근에는 5억원대까지 올라 에너지공단 직원 역시 짭짤한 차익을 거뒀다.
수억원대 차익을 내고 아파트를 팔아치운 것뿐 아니라 월세로 임대를 내준 사례도 다수 발견됐다. 광물자원공사에 재직 중인 직원 A씨는 2017년 약 3억5000만원에 원주 반곡동 ‘중흥 S-클래스’(전용면적 115㎡)를 분양받았다. A씨는 현재 입주하지 않은 채 아파트를 월세로 임대해주고 있다. 이 아파트 시세 역시 최근 4억7000만원까지 뛰었다. 공공기관들이 특공 아파트의 전월세 여부와 관련해 별도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지만 보유 중이면서 실제 들어가 살지 않은 직원 대부분이 전월세를 내준 것으로 추정된다.
지방 이전 공공기관 아파트 특별공급은 2011년부터 지금까지 총 10개 도시 112개 기관, 9851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이번 조사로 드러난 사례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할 것이란 관측이다. 특공 아파트의 입주 및 매각, 전월세 활용 여부 등 자료를 제출하지 않은 대부분 기관도 사정은 비슷할 것이기 때문이다.
공공기관 전체에 대한 특공 실태 조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권 의원은 “국회 국정조사나 감사원 감사를 통한 전수조사로 전국 공공기관 특공 현황을 국민 앞에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며 “부정 이용자를 제재하고, 제도 역시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성상훈/이유정 기자 uph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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