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현지 기업과 JV를 설립하는 의료기기 업체가 늘고 있다. 품목허가, 건강보험 등재, 판매망 구축 등 중국시장에 진출할 때 부딪히는 3대 난관을 더 쉽게 해결할 수 있어서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10여 개 의료기기 업체가 현지 회사와 JV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치아, 뼈, 연조직 등 치아 엑스레이 영상 분석 기업 레이는 중국 최대 치과병원 체인을 거느린 사모펀드(PEF) 운용사 케어캐피털과 JV 설립을 진행 중이다.
진단 업체인 수젠텍은 여성호르몬 진단사업을 중국에서 벌이기 위해 현지 헬스케어 업체 지스본과 손을 잡았다. 코렌텍은 글로벌 PEF를 모회사로 둔 중국 의료기기 회사를 JV 파트너로 맞았다. 인슐린 인공펌프를 생산하는 이오플로우도 중국 기업과 현지 JV 설립을 논의하고 있다.
피부 이식재 기업인 엘앤씨바이오 역시 지난해 JV를 설립하는 방식으로 중국에 진출했다. 국부펀드인 중국국제금융공사(CICC)와 중국 1위 임상대행회사(CRO) 타이거메드, 중국 내 광범위한 영업망을 확보하고 있는 한 제약사 등이 투자자로 참여했다.
국내 의료기기 업체들이 앞다퉈 중국 기업과 JV를 세우는 건 판매 허가와 영업망 구축이 쉽지 않은 중국의 사업환경 때문이다. 코렌텍이 그랬다. 큰돈을 들여 정부 허가를 받았지만 중국 내 평판과 영업망이 필요한 건강보험 급여 등재는 번번이 실패했다. 비보험 제품은 두세 배 비싸기 때문에 실제 의료 현장에서 쓰이는 일은 거의 없다. 코렌텍 관계자는 “5개 성의 보험에 등재된 뒤부터 안정적인 매출이 나오고 있다”며 “중국 파트너가 보험 등재와 판매망 구축, 인지도 상승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시장에 연착륙할 수 있다는 것도 JV를 설립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다. 레이와 JV를 설립할 예정인 케어캐피털은 2015년부터 치과 관련 산업에만 투자해온 PEF다. 정민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케어캐피털이 보유한 치과병원 체인에만 팔아도 안정적 매출을 올릴 수 있다”며 “중국 시장 안착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국 의료기기 업체의 중국 진출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중국 의료기기 시장은 2019년 기준 117조원으로 미국을 제치고 1위가 됐다. 특히 65세 이상 인구가 지난해 1억9064만 명에 달하는 등 빠른 고령화 속도도 매력 포인트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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