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커버리 펀드 의혹은 초기부터 ‘제2 라임사태’로 불렸다. 해외 펀드에 투자했다가 부실이 발생하고 대규모 환매 중단 사태로 이어진 양상이 너무도 비슷했기 때문이다. 피해액(미환매액) 2562억원(올 4월 말 기준)의 대형 금융 사고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된 점은 다행스럽지만 ‘과연 잘될까’라는 걱정이 앞선다. 피해자들의 한맺힌 고소에도 꿈쩍 않던 경찰이 갑작스레 ‘인지 수사’라며 판매사를 덮친 정황이 영 미심쩍다. 디스커버리자산운용(21일), 하나은행(22일), 기업은행(23일) 순으로 눈에 보이게 압수수색한 것도 어딘지 허술한 느낌이다.
수사 추이에 더 촉각을 곤두세우게 되는 것은 권력형 비리 인상이 짙어서다. 디스커버리 펀드는 장하성 주중대사의 동생 장하원 씨가 대표인 자산운용사에서 출시해 ‘장하성 동생 펀드’라며 팔려 나갔다. 장 대사가 청와대 정책실장으로 근무한 시기에 펀드 규모가 비약적으로 커졌다. 신생 운용사가 처음 내놓은 사모펀드를 국책은행인 기업은행이 주력 상품으로 밀어준 결과다. ‘투자위험 1등급’ 상품을 “미국이 망하지 않는 한 안전하다”며 대량 판매한 납득하기 힘든 행보였다.
밝혀야 할 의혹은 그 외에도 많다. 장 대사가 소장이던 고려대 기업지배연구소 기금과 한국금융학회 기금도 이 펀드에 돈을 넣었다. 디스커버리 펀드가 은행·증권사 등에 떼준 판매수수료 역시 업계 관행인 100bp(1.0%)의 절반인 50bp(0.5%)에 불과해 특혜 시비도 제기됐다.
이런 의혹이 얼마나 밝혀질지 많은 국민이 주시하고 있다. 증권 관련 범죄를 도맡던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이 작년 초 폐지된 뒤 수사가 한 발짝도 못 나가 진실을 밝히기가 더욱 힘들어졌다. 느려 터진 행보에 이어 혹여 면죄부 주기식 겉핥기 수사가 이어진다면 국민 분노가 경찰을 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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