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모든 상장사가 이르면 올해부터 매년 기후변화에 따른 사업위험을 공시할 것으로 보인다.
26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금융청은 유가증권보고서에 기후변화가 기업활동과 실적에 미치는 영향을 구체적으로 설명하도록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모든 상장사에 공통적으로 적용할 공시항목을 확정해 이르면 올해 회계연도(2021년 4월~2022년 3월)부터 제도를 실시할 것이라고 이 신문은 전했다.
일본 상장사는 매년 사업연도 종료 후 3개월 이내에 유가증권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실적만 공개하는 결산보고서와 달리 유가증권보고서는 사업의 내용과 경영활동의 위험요소까지 상세히 설명해야 한다. 한국의 사업보고서에 해당한다.
금융청과 도쿄증권거래소는 지난 6월 개정한 기업지배구조지침을 통해 대형 상장사들에 기후변화의 위험을 공시하도록 요구하기로 했다. 하지만 기업지배구조지침의 이행여부는 기업의 판단에 맡기고 있어 구속력이 약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유가증권보고서에 설명을 의무화하면 4000여곳에 달하는 도쿄증시 상장사 전체가 매년 기후변화의 위험을 공시해야 한다. 이 때문에 철강과 전력회사와 같이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은 기업은 정부의 공시 의무화 방침에 반발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기후변화에 따른 경영환경 및 실적변화를 투자자들에게 상세히 공개하면 상장사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탈석탄화 대책을 세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ESG(환경·사회·기업 지배구조) 지표를 중시하는 글로벌 기관투자가들의 일본 투자를 늘어날 것으로도 기대하고 있다.
기후변화 위험 공시는 주요국 금융당국이 참여하는 TCFD(기후변화 재무정보공개 태스크포스)의 권고사항이기도 하다. 지난해 9월 뉴질랜드가 주요국 가운데 가장 먼저 자국 상장사들에 기후변화 공시를 의무화했다.
영국 런던증권거래소도 내년 4월부터 상장사들에 공시의무를 부과하기로 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지난 3월부터 이해관계자들의 의견 청취를 시작으로 제도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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