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 빠지는 시총 최상위 공룡들…'추격자' 마이크로기업 올라타라

입력 2021-07-26 18:25   수정 2021-07-27 0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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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상위 기업이 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매출 비중이 점점 낮아지고 있다. 미국도 사정은 비슷하다. 그만큼 시총 상위 기업을 뒤쫓는 ‘추격자’가 많이 생겨났다는 의미다. 투자의 기회는 성장성을 내재하고 있는 추격자에게 더 많이 열려 있다. 돋보이는 매출 증가율, 인당 매출액과 현금 흐름 대비 투자 비율 등을 꼼꼼히 따져 이들 기업을 가려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26일 하나금융투자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전체 시가총액 중 시총 1~10위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7년 12월 말 34.1%에서 지난 23일 48.1%로 14%포인트 늘었다. 반면 같은 기간 이 기업들이 유가증권시장에서 차지하는 매출 비중은 27.1%에서 19.3%로 7.8%포인트 줄었다.

미국도 비슷하다. S&P500 시가총액 1~10위 기업의 시총 비중은 같은 기간 20.0%에서 30.1%로 높아졌다. 반면 매출 비중은 16.6%에서 12.7%로 감소했다. 이재만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규모가 작았던 기업이 대기업을 추격하고 따라잡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시총 공룡 기업을 뒤쫓고 있는 기업들을 어떻게 알아볼 수 있을까. 하나금융투자는 넷플릭스와 아마존 등 사례를 통해 기업 선별 기준을 제시했다. 넷플릭스는 아직 경쟁사 대비 성장 가능성이 큰 기업의 대표주자, 아마존은 경쟁사와 비슷한 규모의 경제를 이룬 대표 기업으로 꼽았다.

월트디즈니 매출 대비 넷플릭스의 매출 비중은 2010년 6%에서 올해 44%로 늘었다. 시총 비율은 6%에서 75%로 급증했다. 넷플릭스가 보여준 성장성 중 가장 돋보이는 수치 가운데 하나는 인당 매출액이라는 게 하나금융투자의 설명이다. 넷플릭스의 인당 매출액은 266만달러로 디즈니(32만달러)보다 여덟 배 많다. 이재만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인당 매출액이 클수록 생산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받는다”며 “성장하는 기업을 구별하는 의미 있는 지표”라고 말했다.

국내 기업 중 넷플릭스와 비슷한 성장세를 그리는 기업은 어디일까. 기저효과를 제외하고 2020~2022년 연평균 20%대 매출 성장세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인당 매출액이 10억원 이상인 기업은 씨에스윈드, 솔루엠, 하이브, 카카오게임즈, 천보 등인 것으로 나타났다. 씨에스윈드의 3년 평균 매출 증가율 추정치는 28.7%, 인당 매출액은 114억원에 달한다. 카카오게임즈도 2022년까지 평균 40.2%의 매출 증가율을 기록할 것으로 기대된다. 인당 매출액은 132억원에 달한다.

아마존은 미국에서 가장 빠르게 경쟁자(월마트)의 시가총액을 제친 기업 중 하나다. 월마트 대비 아마존의 시가총액 비중은 2010년 42%에서 현재 452%로 급증했고, 매출 비율도 같은 기간 8%에서 89%로 늘었다. 이 연구원은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있는 기업은 매출의 사상 최고치 경신 여부가 중요하다”며 “이와 함께 현금 흐름의 상당 부분이 재투자되고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2010년 이후 아마존의 평균 매출액 대비 현금 흐름 비율은 11%다. 월마트(5%)의 두 배를 웃돈다. 현금 흐름 대비 자본지출 비율은 67.6%에 달한다. 막대한 투자를 통해 사업 규모를 키우고, 새로운 성장 스토리를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국내에서 2021~2022년 연속으로 매출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매출액 대비 현금 흐름이 10% 이상이며, 현금 흐름 대비 투자 비중이 60% 이상인 기업은 한화솔루션, SKC, SK머티리얼즈, LG이노텍, SK하이닉스 등이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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