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제2부본부장은 26일 브리핑에서 “8월 첫째주(2~8일)에 시행되는 55~59세 접종은 지역 구분 없이 화이자 백신으로 시행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날부터 7월 30일까지 접종하는 55~59세 350만 명에 대해 수도권은 화이자, 비수도권은 모더나를 맞히기로 했는데, 다음주부터는 수도권·비수도권 관계없이 모두 화이자 백신을 접종하기로 했다는 설명이다. 단 모더나 백신만 접종 가능한 위탁의료기관 657개소에 접종을 예약한 사람은 기존대로 모더나를 맞는다. 다음달 16일부터 접종하는 50~54세 380만 명에게도 모더나 대신 화이자를 맞힐 가능성이 높아졌다.
정부가 50대 접종 백신을 모더나에서 화이자로 변경한 것은 ‘모더나 수급난’ 때문이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모더나 측은 지난 23일 한국 정부에 “생산 관련 이슈가 있어 일부 도입 일정이 미뤄질 수 있다”고 알려왔다. 정부는 구체적인 생산 이슈가 무엇인지 파악하지도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지영 중앙사고수습본부 백신도입지원팀장은 ‘생산 관련 이슈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구체적인 상황을 다각도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의료계에선 모더나의 생산설비 부족으로 인해 공급이 수요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는 상황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마상혁 경남의사회 감염병대책위원장은 “델타 변이 확산으로 인해 메신저 리보핵산(mRNA) 백신 수요는 커졌지만 모더나의 생산능력은 수요 대비 부족한 상황”이라고 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모더나 국내 생산은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시제품이 8월 말이나 9월 초쯤 나온다는 것 같다”며 “엄격하게 검사해 테스트를 통과해야 하기 때문에 (본격) 활용 때까지는 시간이 좀 걸릴 것”이라고 했다.
모더나 수급이 불안정해진 만큼 다음달 20~40대 접종이 미뤄질 가능성도 커졌다. 정부가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접종가능 연령대를 50대 이상으로 상향함에 따라 20~40대는 화이자·모더나 등 mRNA 백신을 맞아야 한다. 하지만 모더나 백신 도입이 불투명해지면 사실상 화이자 백신에만 의존해야 한다. 홍정익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 예방접종관리팀장은 “20~40대 접종대상자는 1700만 명 정도로 추산되는데, 이들을 하나의 백신으로 접종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화이자 백신 도입도 장담할 수 없다. 글로벌 델타 변이 확산으로 인해 각국이 ‘부스터샷(백신의 효과를 높이기 위한 추가접종)’을 위한 백신 확보에 나섰기 때문이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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