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퇴직을 신청하라’는 공지를 받지 못해 신청기한을 놓쳤다면 퇴직수당을 지급하는 게 정당하다는 법원의 1심 판단이 나왔다. 명예퇴직수당 신청기간 내에 신청하지 않은 불이익을 당사자에게 돌릴 수 없다는 것이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한원교 부장판사)는 전직 지방법원 부장판사 A씨가 법원행정처를 상대로 “명예퇴직수당을 지급하지 않기로 한 결정을 취소해달라”며 낸 행정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수원지법 안양지원 소속 부장판사로 일하던 A씨는 작년 2월10일 한 지방자치단체 개방형 부시장 채용에 지원하기 위해 법원에 사직서를 제출한 뒤 명예퇴직 처리를 해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법원행정처는 A씨를 명예퇴직 대상에서 제외하고 수당도 지급하지 않았다. A씨가 명예퇴직 신청기한을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법원행정처가 정해둔 명예퇴직 신청기한은 2019년 12월 20일, 수당 신청기한은 지난해 1월 10일이었기 때문이다. A씨는 “퇴직수당의 지급 계획을 알지 못했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실제로 법원행정처는 ‘2020년도 법관 명예퇴직수당 지급계획’을 전국 법원에 통지했다. 하지만 A씨가 일하던 안양지원은 이를 소속 법관들에게 알리지 않았다. 법원행정처는 “각급 법원에 통보하면서 소속 법관들에게 알리라고 명시했기 때문에 통지 의무를 모두 이행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각급 법원이 통보하지 않았을 땐 통보하도록 지휘·감독할 책임이 법원행정처에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피고가 아무런 조처를 하지 않은 이상, 명예퇴직수당 신청기간 내에 신청하지 않은 불이익을 원고에게 돌릴 수는 없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원고가 뒤늦게 지급신청서를 제출했다고 하더라도, 이 신청서가 신청기간 내에 제출되지 않은 것으로 볼 수는 없다”며 “원고가 신청 기간 내에 신청서를 제출하지 않은 것 외엔 다른 지급요건을 모두 갖추었으므로 지급대상자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법원행정처는 이 판결에 불복해 지난 15일 항소장을 제출했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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