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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엣지테크놀로지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AI 반도체의 설계자산(IP)을 제작하는 기업이다. 설계자산은 반도체의 가장 핵심 설계도로 이해하면 쉽다. 오픈엣지의 설계자산을 적용한 AI 반도체는 기존 AI 반도체보다 전력 소모량을 절반으로 줄일 수 있다. 연산 효율은 30% 이상 높아진다.
오픈엣지는 설계자산을 팹리스 반도체 회사들에 판매한다. 오픈엣지의 설계자산이 적용된 반도체가 생산돼 판매될 때마다 로열티 수입이 발생한다. 이성현 오픈엣지 대표(사진)는 “국내 AI 반도체 설계자산 회사로서 핵심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며 “차량용 반도체 등 에지 컴퓨팅 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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팹리스는 통상 반도체를 설계할 때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설계도를 그리지는 않는다. 각 IP 회사로부터 기능별로 나뉜 IP를 조합해 전체적인 설계도를 제작한다. 건축사무소가 집 설계도를 그리면서 안방과 주방, 화장실을 각기 또 다른 설계사무소의 모델로 채우는 것과 비슷하다.
오픈엣지는 차량용 AI 반도체를 구성하는 IP 중 가장 핵심적인 신경망처리장치(NPU)와 데이터를 저장하고 보내주는 메모리 시스템에 특화된 회사다. NPU는 한 번에 한 개의 계산을 순차적으로 하는 중앙처리장치(CPU)와 다르게 수많은 계산을 사람의 뇌처럼 동시다발적으로 한다. 또 AI를 학습시키기 위해서는 대용량의 데이터를 메모리 시스템에서 초고속으로 꺼내오는 것도 반드시 필요하다.
이 대표는 “AI 반도체를 제조하기 위해서는 대용량 데이터 연산을 담당하는 NPU와 메모리 시스템이 가장 긴밀하게 협조해야 하는데 이 둘을 각각 다른 회사들에서 가져오다 보면 시스템이 서로 충돌하는 오류가 발생하기 쉽다”며 “오픈엣지는 NPU와 메모리 시스템을 모두 제조하는 만큼 시스템 조화가 탁월하다는 점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오픈엣지의 기술력이 알려지면서 투자자들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지난 2월 오픈엣지에 30억원을 투자했다. 오픈엣지의 AI 반도체는 최근 공급 부족 사태를 빚은 차량용 시스템 반도체의 한 종류다.
이 대표는 서울대 전기전자공학 박사 과정을 수료하고 삼성전자에서 10여 년간 반도체 핵심 설계를 담당했다. 삼성전자 스마트폰 갤럭시 시리즈에 지금도 들어가는 엑시노스 반도체가 이 대표의 작품이다. 이 대표는 서울대 박사과정을 함께했던 연구실 동료 세 명을 불러 모아 2017년 12월 창업했다. 동료 역시 SK하이닉스 등에서 반도체 설계 수석연구원으로 근무했던 인재들이다.
오픈엣지는 내년 2분기 코스닥시장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상장주관사 선정도 마쳤다. 이 대표는 “코스닥 상장으로 확보한 자금은 해외 법인을 신설하거나 확대하는 데 투자할 계획”이라며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을 상대로 한 영업력을 강화해나가겠다”고 했다.
김진원 기자 jin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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