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이 정상회담과 공동 연락사무소 재건을 논의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정부와 청와대는 정상회담 개최에 대해 논의한 적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향후 추진 가능성은 열어둬 문재인 정부가 임기 내 네 번째 남북 정상회담을 추진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로이터통신은 28일 복수의 한국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남북이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의 정상회담을 논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다만 “코로나19 대유행 상황으로 인해 시기와 세부 내용은 정해지지 않았다”며 “코로나10로 인해 북한이 대면 회담을 꺼릴 경우 화상 회담이 하나의 선택지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보도에 따르면 남북은 북한이 지난해 6월 일방적으로 폭파한 공동연락사무소를 재건하는 방향도 논의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재건할 경우 위치는 개성이 아닌 판문점이 될 것이라는 정부 소식통의 발언을 인용해 보도했다. 북한은 남북 통신선 복구에 합의하면서도 유감 표명은 하지 않았다. 통일부 당국자는 지난 27일 북측의 유감 표명이 있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연락선 복원은 남북 양 정상이 지난 4월부터 친서를 교환하면서 합의한 사항”이라며 “남북 간 현안과 쌓여 있는 문제에 대해 앞으로 논의해 나갈 수 있다고 본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와 청와대는 즉각 남북 정상회담 논의 사실을 부인했다.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남북 정상회담이 개최 논의 중이라는 외신 보도는 이미 밝혔듯이 사실이 아니다”라며 “논의한 바 없다”고 밝혔다. 통일부 당국자 역시 “남북은 10차례 넘게 친서를 교환하며 연락통신선 복구가 아닌 정상회담 개최에 대해 논의한 바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앞서 청와대 관계자는 27일 “통일부와 군에서 운영하는 통신선을 우선 복원했으며 남북 정상 간 핫라인 등은 아직 복원되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정부가 향후 정상회담 추진 가능성에는 문을 닫지 않으며 화상 정상회담 등의 가능성이 거론된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라디오에 출연해 “앞으로 냇물을 건너가다 보면 징검다리도 필요하다”며 “남북 정상회담도 하나의 징검다리로, 최종의 목표는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도달과 비핵화”라고 말했다. 통일부는 남북 화상 회의에 대비한다는 명목으로 지난 4월 이미 서울 삼청동 남북회담본부에 영상회의실을 만든 바 있다. 남북이 이 시설을 활용해 화상 고위급 회담을 먼저 개최하고 정상회담 개최를 논의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은 지난 27일 YTN라디오에서 “통신선 복원을 계기로 남북 양측에 설치된 시설을 활용해 ‘화상 대화’를 하면서 북한이 절실히 필요로 하는 것을 풀어주는 자세로 가면 나중에는 문재인 정부 임기 만료 전 남북 정상회담도 가능하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연락채널 복원을 두고 남북의 시각차가 감지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통신선 복구를 남북 관계 개선의 시작점으로 해석한 정부와 달리 북한은 주민들에게 이 사실은 알리지도 않았다. 되레 김정은은 지난 27일 제7차 전국노병대회에 참석해 6·25전쟁에 대해 “미제를 괴수로 하는 추종국가 무력 침범자들을 꺾고 전승이라는 경이적인 미증유의 사변”이라며 한국을 ‘미제 추종세력’이라고 비난했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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