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수도권에 사회적 거리두기 최고 단계인 ‘4단계+α’를 시행한 지 2주가 지났지만 좀처럼 효과가 나지 않고 있다. 계속된 거리두기 연장으로 방역 피로감이 쌓인 데다 휴가철을 맞아 이동량이 증가하면서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또다시 사상 최다를 기록하며 2000명에 육박했다.
4단계 2주 지났는데…확산세 지속
28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27일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1896명이다. 이 중 96%가 해외 유입이 아니라 지역 발생 확진자였다. 직전 최다 기록이었던 지난 21일(1842명)은 청해부대 확진자가 해외 유입으로 집계되면서 일시적으로 급증했는데, 이번에는 대부분이 지역에서 발생했다. 국내에서 코로나19 확산이 끊이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수도권 거리두기 단계를 격상한 지 2주가 넘었지만 확진자는 오히려 늘고 있다. 수도권 4단계가 시행된 이후 매주 화요일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1614명(13일)→1781명(20일)→1896명(27일)으로 1주일마다 100명 이상 늘고 있다. 화요일은 휴일 동안 검사 건수가 줄어들면서 확진자도 덩달아 감소하는 ‘주말 효과’가 없어지는 날이다. 국내 코로나19가 확산세인지 감소세인지 판단할 수 있는 척도다. 거리두기 격상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방역당국이 꼽은 확산세의 주요인은 크게 두 가지. 강도 높은 거리두기 조치가 장기화되면서 국민의 피로감이 커졌고, 휴가철을 맞아 이동량이 증가했다는 것이다. 사실상 거리두기가 현장에서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지난 19~25일 수도권 이동량은 1억1257만 건으로 직전 주(12~18일) 대비 1% 증가했다. 비수도권은 1억1347만 건으로 전주보다 0.7% 늘었다. 방역당국은 4차 유행을 억제하려면 전국 이동량이 26%까지 감소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확산세를 이끌고 있는 델타 변이는 이미 지방 곳곳으로 퍼진 상태다. 강원은 7월 2주차만 해도 델타 변이 검출률이 7.9%였는데 1주일 만에 69%로 급증했다. 신규 확진자 10명 중 7명이 델타 변이에 감염됐다는 의미다. 경북도 같은 기간 15.4%에서 67.5%로 늘어났다. 피서객이 몰리는 제주는 신규 확진자의 63.2%에서 델타 변이가 검출됐다.
델타 변이 확산에 힘입어 27일 비수도권 확진자는 1차 대유행 이후 처음으로 600명대를 기록했다. 신규 확진자 37명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한 강원 원주는 거리두기 4단계 격상 여부를 검토하고 나섰다.
"내달 중순 하루 2500명 나올 수도"
방역당국은 다음주까지 확산세를 잡지 못하면 추가적인 방역 강화 조치를 시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전국적으로 연이은 방역 강화 조치에도 코로나19 확산세가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며 “열흘 남짓 남은 기간에 안정세를 달성하려면 방역의 고삐를 더 조여야 한다”고 말했다.방역당국의 1차 목표는 “확진자 규모를 4차 대유행 이전 수준까지 줄이는 것”(박영준 중앙방역대책본부 역학조사팀장)이다. 4차 유행이 시작되기 직전인 6월 말~7월 초에는 하루 평균 확진자가 600~700명대였다. 지금의 약 3분의 1 수준이다.
하지만 1차 목표 달성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아직 4차 유행의 정점을 찍기까지는 보름가량 남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7월 말~8월 초 휴가철이 끝나고 8월 중순이 돼서야 정점에 달할 것 같다”며 “그때는 하루에 2400~2500명도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방역 강도를 높이는 방향으로는 확산세 차단이 어려울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마상혁 경남의사회 감염병대책위원장은 “이미 거리두기에 대한 국민의 피로감이 높아진 상황”이라며 “실외는 방역수칙을 완화하고 확진자가 많이 나오는 실내 유흥시설 등을 중심으로 ‘핀셋 방역’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