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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업계에 따르면 쿠팡은 지난달 말 식재료 B2B 플랫폼인 ‘쿠팡이츠딜’ 서비스를 정식으로 시작했다. 지난 4월 일부 지역에서 시범 테스트를 시작한 이후 두 달여 만에 대상 지역을 전국으로 확대했다.
쿠팡이츠딜은 쿠팡이츠 평점이 높고 배송이 빠른 ‘치타배달’ 음식점을 대상으로 채소, 고기, 우유 등의 로켓프레시 식재료를 저렴하게 납품하는 방식이다. 아직 신선하지만 재고가 많이 남아 있거나 유통기한이 임박한 상품을 최대 50% 할인 판매한다. 로켓프레시에서는 현재 1만 개가량의 식재료를 판매 중이다.
업계에선 쿠팡이 쿠팡이츠딜(B2B)과 로켓프레시(B2C)의 선순환을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한다. 식재료를 두 플랫폼에서 판매하는 방식으로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음식점주로서도 저렴하게 식재료를 공급받을 수 있다.
약 40조원 규모로 추산(한국식자재유통협회)되는 B2B 식재료 시장은 동네 중소상인들이 ‘알음알음’ 영업을 통해 공급하는 형태가 대부분이다. 현대그린푸드, CJ프레시웨이 등 식재료 대기업이 있지만 이들의 점유율은 15%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추산된다. 일부 프랜차이즈·대형 식당을 제외하면 중소 사업자들이 서로 거래하는 방식이다. 온라인 거래 비중은 1% 수준으로 매우 낮고 중간 유통단계가 많아 비용도 비교적 높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개별 식당은 말 그대로 동네 식자재 마트에서 필요할 때마다 공급받는 형태가 대부분”이라며 “쿠팡은 이 시장을 파고들어 ‘플랫폼화’ 하려는 것으로 보이는데 충분히 시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먼저 시작했지만 배민은 쿠팡의 등장에 적잖이 긴장하는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쿠팡은 배달 플랫폼인 배민과 달리 식재료를 대규모로 조달해 판매하는 로켓프레시 사업을 갖고 있고 거대한 물류망도 갖췄다”며 “먼저 진출한 배민의 노하우와 쿠팡의 물량 공세가 격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각에선 쿠팡과 배민 모두 B2B 시장에선 고전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거래 관행, 유통 방식, 마케팅 형태 등이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시장과는 확연히 다르기 때문이다. 영세 중소상인들의 영역을 침범한다는 논란도 부담이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음식점의 핵심 경쟁력과 직결되는 식재료 거래처를 바꾸는 데 보수적인 사장님들이 많다”며 “그렇다고 플랫폼 기업 직원들이 골목상권을 뛰며 영업할 수도 없어 시장 변화 속도가 생각보다 느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박한신 기자 p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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