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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재택근무가 업무 효율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는 지금도 논쟁 거립니다. 직원들이 집에서 어떤 식으로 일을 하는지 파악하기가 쉽지 않은 탓입니다. 줄어든 소통으로 직장으로부터 소외감을 느끼고, 심하면 우울증까지 겪는 이른바 ‘코로나 블루’도 문제입니다.
일본 업체들은 인공지능(AI)에서 난관의 해결책을 찾았습니다. 잔업 예측부터 심리 상담까지 분야도 폭넓습니다. AI가 주도하는 일본 재택근무의 ‘혁신’을 소개합니다.
워크 컴퍼스는 직원의 근무 시간을 실시간으로 학습합니다. 이를 바탕으로 AI가 월 말 잔업 시간을 예측할 수 있습니다. 굳이 직원이 출근하지 않더라도 치밀한 ‘원격 근태관리’가 가능해지는 셈입니다. 업무 부담이 큰 직원을 관리자가 조치하거나, 휴가 상황을 조정하는 데도 AI가 도움을 줍니다. 심지어 AI의 판단에 근로가 과한 직원이 발생하면, 컴퓨터를 강제 종료하는 기능까지 있습니다.
AI 기반의 재택근무 혁신은 파나소닉만의 현상은 아닙니다. 일본을 대표하는 IT업체 후지쯔는 한발 더 빨랐습니다. 이들은 지난해 7월부터 ‘워크 라이프 시프트’ 프로젝트를 통해 재택근무 도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거점을 포함한 13만 명의 사원이 대상입니다. 우선 일본 본사에서 8만 명의 사무직 직원들이 집으로 일터를 옮겼습니다. 120만㎡에 달하는 전국의 사무실은 오는 2022년까지 절반으로 줄어들 예정입니다.
후지쯔는 이미 직원들의 데이터를 AI로 확보하고 있었습니다. 코로나19 이전부터 문서나 이메일, PC 이용 이력들을 자연어처리(NLP) 기술로 데이터베이스(DB)화 한 것입니다. 대규모 재택근무가 일시에 가능했던 이유입니다. 효율이 떨어지지도 않았습니다. 오히려 연계된 AI 근태관리 솔루션을 통해, 하루 약 40분의 직원별 업무시간을 추가로 확보했다고 합니다. 아직은 AI 프로그램이 일본어만을 기반으로 작동하지만, 차후 활용 폭을 넓혀 글로벌 지사로도 쓰임이 늘어날 전망입니다.
일본의 AI 스타트업 ‘아임 비사이드 유(I’m beside you)’는 이런 배경에서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들의 AI 솔루션은 온라인 면담과 화상회의를 통해 드러나는 직원들의 표정과 음성을 학습합니다. 화상 회의 시스템 ‘줌’을 기반으로 데이터를 확보하며, 참여자의 시선까지도 분석해 ‘요주의 사원’을 추려냅니다. 큐슈 대학도 비슷한 시도를 했습니다. 지난 5월부터 교직원들과 일부 학생들을 대상으로 정신건강 관리 앱을 도입했습니다. 사용자가 식사나 운동, 수면 시간을 입력하면 AI 알고리즘이 정신 질환을 진단하고 인근 병원을 연결시켜 주는 형태입니다.
AI와 연계된 로봇프로세스자동화(RPA) 역시 재택근무의 활성화로 새롭게 대두되는 분야입니다. 후지키메라종합연구소에 따르면, 일본의 RPA 시장 규모는 지난해 186억엔(약 2000억원)에서 오는 2024년 300억엔(약 3132억원)까지 성장할 전망입니다. 재택근무는 필연적으로 불필요한 단순 반복 작업이 늘어납니다. 사소한 서류도 메일이나 화상 회의로 추가 확인을 거쳐야 하기 때문입니다. AI와 결합된 일본의 RPA들은 엑셀이나 서류 확인, 메일 교환 과정에서 반복 작업을 스스로 파악해내고 조치까지 진행합니다. NTT서일본, NEC 등의 회사들이 이런 솔루션을 내놓고 있습니다.
이렇듯 일본에서는 AI들이 재택근무의 풍경을 바꾸는 다양한 시도들이 줄을 잇고 있습니다. 국내는 어떨까요? 라인플러스, 직방 등 플랫폼 기업들을 중심으로 ‘영구 재택’이 도입될 정도로 근무 형태의 전환 속도가 빨라지고 있습니다. 다만 AI가 전면에 나서기에는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해 보입니다. IT업계에서는 “판교 등지에서 입력형 근태관리가 활성화되고 있지만, 이미 과로 중인 근로자들에게 추가 부담이 된다”는 의견도 상당합니다. AI와 재택근무 관리의 바람직한 결합에 대한 고민도 필요해 보입니다.
이시은 IT과학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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