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혁신 허브’ 사업의 책임자를 맡은 이성환 고려대 AI학과 교수(사진)는 29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AI는 국내 1등이 의미가 없으며, 상호 협력 아래 기술을 선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업의 주요 목표인 12개의 ‘AI 난제’를 산·학·연이 뭉쳐 풀어내고, 핵심 기술인 ‘하이퍼스케일 AI’ 활용을 통해 국내 AI 연구 환경을 획기적으로 바꾸겠다는 것이 주요 구상이다.
이 교수가 말하는 하이퍼스케일 AI는 한 차원 높은 사고와 습득력을 지닌다. 그는 사업의 첫 번째 과제인 뇌파 기반의 음성합성 기술 연구를 예로 들었다. 이 교수는 “방대한 양의 실제 두뇌 자료를 AI 모델이 학습해야 하며, 인간의 신경 특성이 개인별로 다를 수 있다는 점을 AI가 이해하고 판단까지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기술이 현실화되면 시청각 등 신경계 장애인이나 치매 등을 앓고 있는 환자와 의사소통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이 교수는 “이런 난제들은 대부분 실패할 정도로 어렵고, 거대한 문제들을 다룬다”며 “모든 과제가 초거대 AI 기술을 필요로 한다”고 덧붙였다.
글로벌 난제에 도전할 정도의 ‘드림팀’ 구성 배경엔 AI대학원협의회가 있다. 국내 AI대학원 연합체로, 이 교수가 회장을 맡고 있다. 그는 “지난해 가을부터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사업 계획을 접하고, 협의회 소속 대학들이 기존에 별개로 교류하던 기관과 기업을 모두 참여시켰다”고 말했다. 이후 고려대, 서울대, KAIST, 포스텍 등 12개 대학이 핵심 연구그룹을 담당하기로 했다. 1개 대학이 1개 과제를 맡아 연구를 주도한다는 계획이다.
인재 양성에 특히 무게를 둘 예정이다. 이 교수는 “참여 대학 상당수가 AI대학원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고급 인재를 배출하는 것은 당연한 의무”라며 “사업 진행 과정에서 기업이 필요로 하는 단기 교육 프로그램도 적극 운영하겠다”고 말했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 등 글로벌 대학·연구소와 인적 교류로 교육 과정을 내실화할 계획이다.
이 교수는 “난제들 중 하나라도 해결하면 그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독보적 위치를 인정받고 관련 인력과 생태계를 키울 수 있다”며 “학습용 데이터 확보에 주력한 뒤 원천기술 개발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이시은 기자 s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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