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식품 유통 플랫폼의 급속한 진화가 식품산업 빅뱅을 이끌고 있다. 대형마트 중심의 오프라인 유통 시대가 저물고 마켓컬리·쿠팡으로 대표되는 온라인 시대가 도래하더니, 최근엔 산지와 소비자를 곧바로 연결하는 식품 D2C(direct to consumer) 플랫폼까지 봇물을 이루고 있다. 확장성에 물리적 한계가 있는 오프라인에서 무한대의 온라인으로 진화하기가 무섭게 다시 한 분야를 깊이 파고드는 전문 온라인 플랫폼으로 세분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축산에선 정육각·설로인·미트박스, 수산에선 오늘회·얌테이블·인어교주해적단 등이 빠르게 투자를 유치하며 성장하고 있다. 벤처캐피털업계 한 관계자는 “요즘 소비자는 대형마트의 유한한 매대는 물론 마켓컬리 등 온라인몰조차 부족하다고 느낀다”며 “수산, 축산, 맛집 밀키트 등 카테고리별로 앱을 오가며 쇼핑을 하는 이들이 크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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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수많은 플랫폼이 전국 산지를 누비며 농부와 어부들의 수확물과 어획물을 곧바로 상품화해 빠르게 배송한다. 5~6곳을 거치면서 눈덩이처럼 불어나던 중간마진이 없어져 산지 생산자와 플랫폼이 수익을 나누고 소매 가격을 낮춰도 경쟁력이 충분하다. 한 식품 스타트업 대표는 “과거엔 산지 농어민이 1만원에 넘긴 원물을 소비자가 5만원에 구입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며 “배보다 배꼽이 큰 중간마진이 사라지니 시장성이 커졌고, 이를 보고 뛰어드는 식품 플랫폼이 더 많이 생기는 선순환 구조가 구축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9월 문을 연 수산물 쇼핑 플랫폼 파도상자는 ‘어제’까지만 해도 바닷속에 있던 수산물을 ‘오늘’ 내 집 식탁에서 먹을 수 있도록 한 ‘초신선 D2C’ 몰이다. 이를 위해 파도상자는 ‘선 주문·후 조업’이라는 실험적인 유통 방식을 택했다. 생선을 잡아놓고 파는 게 아니라 소비자들이 어부와 어종을 선택해 먼저 주문한 뒤에 어부들에게 생선을 잡아달라고 의뢰하는 것이다. 대신 조업에 성공하자마자 즉시 배송을 시작해 다음날 소비자 식탁에 도착하도록 한다. 주문한 다음날 배송받는 것은 아니지만, 언제 잡혔는지 모르는 수산물이 아니라 확실히 ‘어제’ 잡힌 상품을 받아볼 수 있다.
농산물 플랫폼인 메이스마켓은 일반 복숭아, 사과가 아니라 대극천 복숭아, 홍옥 사과처럼 품종별로 농산물을 분화해 판매한다. 예약주문을 받고 농사를 지으면서 가장 맛있는 때를 골라 수확해 배송해준다. 메이스마켓을 운영하는 김유진 대표는 “찾는 소비자가 많지 않고 저장성도 떨어져 국내에서 거의 사라지다시피한 홍옥 품종 재배자를 수소문해 찾아냈다”며 “비싸더라도 좋은 음식을 먹고 싶어하는 소비자들을 위해 전국 식품 산지를 발로 뛰고 있다”고 말했다.
메쉬코리아, 팀프레시 등이 대표적이다. 메쉬코리아는 경남 거제시 얌테이블 본사와 수도권을 풀콜드체인으로 연결한다. 오후 5시 전까지 들어온 얌테이블의 주문을 본사에서 픽업해 밤 12시 전 경기 김포와 남양주 물류센터로 직배송한다. 이곳에서 각 주문자의 지역별로 수산물을 냉장포장한 뒤 새벽에 집 앞으로 배송해주는 서비스다. 산지에서 출발한 수산물은 12시간 안에 주문자의 집에 닿는다.
팀프레시는 마켓컬리 물류의 기반을 닦은 이성일 대표가 2018년 창업한 물류대행 회사다. e커머스(전자상거래) 플랫폼들의 개화와 맞물려 성장세가 가파르다. 팀프레시는 창업 첫해인 2018년 27억원으로 출발해 2019년 146억원, 지난해 390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급성장하고 있다.
D2C 배송은 향후 드론 등 첨단 모빌리티를 이용하는 방식으로 진화할 전망이다.
박한신 기자 p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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