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에 출전한 선수들이 폭염에 신음하는 가운데 혹서기에 도쿄올림픽을 유치한 전 도쿄 도지사의 발언이 눈총을 받고 있다.
일본 매체 '일간 겐다이'는 30일 전 세계에서 일본이 거짓말쟁이 취급을 받게 만든 이노세 나오키 전 도쿄 도지사가 적반하장의 태도를 보였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에 따르면 나오키 전 지사는 도쿄올림픽 폭염에 대한 비판이 높아지자 자신의 트위터에 "시원한 여름이 어디 있느냐"며 "(경쟁 도시였던) 이스탄불, 마드리드도 도쿄와 같은 날씨"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여름은 어디서나 덥지만 시간 등을 조절하면 나름대로 견딜 수 있다"며 도쿄올림픽 폭염의 책임을 미숙한 운영 탓으로 돌렸다.
나오키 전 지사의 발언에 일간 겐다이는 "이스탄불과 마드리드도 더운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중요한 습도는 도쿄가 압도적으로 높다"고 지적했다.
지난 28일 기준 이스탄불, 마드리드, 도쿄 세 도시의 최고기온은 34.2도, 33.5도, 30.7도로 큰 차이를 보이지 않지만 습도는 26%, 25%, 73%로 도쿄가 월등히 높다.
습도가 높으면 땀이 잘 마르지 않아 체온이 상승한다. 몸에서 열기가 빠져나가지 못하는 탓에 열사병 환자도 늘어난다. 실제 이번 올림픽에선 양궁 경기 중 선수가 실신하는가 하면 테니스 경기에서는 탈진한 선수가 기권하기도 했다.
테니스 세계 랭킹 2위 다닐 메드베데프는 경기 중단을 요구하며 "이렇게 (경기를 강행) 하다간 죽을 수도 있다. 내가 죽으면 심판이 책임질 것이냐"고 따진 것으로 알려졌다.
외신들도 일본이 "날씨가 온후하다"며 올림픽을 유치한 데 대해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일본은 2013년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도쿄올림픽 유치 신청서를 제출하며 "7~8월 도쿄는 날씨가 온화하고 맑다"고 기술했다. 선수들이 최선을 다할 수 있는 이상적 기후를 제공할 것이라고도 했다.
일간 겐다이는 "일본이 세계에서 거짓말쟁이 취급을 당하고 사과까지 요구받고 있다"며 "(일본에서) 올림픽을 혹서기에 개최한다는 것은 무리한 이야기였다. 거짓말을 하면 변변치 못하게 된다"고 비판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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