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장 많은 기대를 모아 방송3사가 모두 중계했던 올림픽 남자축구 8강전, 야구 최강 미국과의 예선전, 숙적 일본과의 맞대결을 펼친 여자배구 예선 경기입니다. 가장 관심이 높았던 멕시코와의 남자축구 8강전(3-6 패배, 토너먼트 탈락)은 방송3사 합산 시청률이 25.5%나 됐지만, 전국민을 실망시키기에 충분했다고 생각됩니다.
축구를 조금이라도 아시는 분은 아마 비슷한 생각을 했을 겁니다. 손흥민 선수(토트넘 홋스퍼)만 있었다면 저렇게 치욕적 패배는 안 당했을 것이라고 말입니다. 아무리 토트넘에서 손흥민 선수 출전에 대한 허락을 최종명단 발표 하루 전에 통보했다고 하더라도 무조건 발탁했어야 한다고 봅니다.
손흥민 선수는 그 존재만으로도 상대팀 수비 전체가 분산될 수 있습니다. 실제 원톱이 가능한 스피드와 골 결정력도 갖췄습니다. 그런데 순전히 감독 혼자 최종명단 구상을 마치고 손흥민의 '부상 우려'를 이유로 제외했다는 것은 이번 멕시코전 참사를 통해 얼마나 잘못된 결정이었고, 한국 축구를 전세계에 망신을 준 결정인지 확실하게 보여줬습니다.
중요한 결정을 할 때는 주변 전문가들과 충분히 상의하고 그 의견을 모두에게 되묻고 나서 올림픽에 출전해야 할 결정했어야 하는데, 감독이 이러한 결정을 했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상황이란 평가가 나옵니다.
올림픽 9회 연속 우승을 한 여자양궁 단체전의 경우를 보면 얼마나 철저하게 시스템적으로 결정하고 지원했는지 수많은 보도가 나오고 있습니다. 훈련 과정에서 협회 회장사인 현대자동차가 얼마나 과학적으로 훈련할 수 있도록 지원했는지도 조명됐습니다. 결정적으로 올림픽에 출전하는 선수는 선발전에서 가장 기록이 좋은 선수를 무조건 우선 출전시킨다는 공정성이 있었기에 이러한 쾌거를 이룰 수 있었습니다. 선수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확실히 보여준 겁니다.
방송3사가 일제히 축구 중계를 하고 KBS는 야구 중계까지 별도로 했지만, 사실 전 국민들에게 감동을 준 경기는 여자배구 일본전이었습니다. 여기에서도 우리는 선수의 중요함을 절실히 깨달았습니다. 바로 김연경 선수의 역할입니다. 엄청난 공격 득점은 물론 리시브부터 블로킹까지 한 선수가 얼마나 큰 역할을 할 수 있는지 너무나 잘 보여줬습니다.
왜 손흥민 선수가 우리 올림픽 대표에 합류 못했는지 뼈저리게 느껴졌던 순간이었을 것입니다. 올림픽과 같이 중요한 대회를 참가할 때에는 4년 내내 준비를 해야합니다. 또 그 준비과정에서 선수 실력에 대한 공정한 평가가 이뤄져야 하고, 한 명이 아닌 전문가 여러 명이 가장 확실한 결정인지 되풀이 확인해봐야 합니다.

이런 점이 주택정책과도 비슷합니다. 주택은 계획 단계부터 건설될 때까지 빨라야 5년에서 10년 이상 걸립니다. 정부가 바뀔 때마다 그 정책을 총괄하는 수장도 계속 바뀌고, 정책도 같이 바뀌게 됩니다. 하지만 한 번 결정이 잘못되면 얼마나 큰 문제가 발생하는지 잘 모르고 모든 정부에서 실수를 되풀이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1990년 이후 '부동산대책'이 발표 안 된 적 있는지 찾아보십시오. 폭등해도 문제지만 폭락해도 문제입니다. 모든 정부가 부동산 대책을 내놓았는데 과연 국민들은 잘했다고 했을까요. 물론 모든 정책은 국민들을 위해 만들어지고 국민들이 나중에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계획해 추진한다고 생각됩니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반응이 안 좋으면 바로 대책을 바꾸죠. 정책이 너무 자주 바뀌면 국민들도 정부에 대한 신뢰를 잃게 됩니다.
물론 내년의 대선 및 지자체장 선거를 의식 않을 수는 없겠지요. 그래도 중장기 계획은 항상 국내 인구 및 지방균형발전, 미래 기술의 반영 등을 어느정도 일정하게 균형을 맞춰 수립돼야 합니다. 청년들, 신혼부부들, 중장년층, 고령층 및 은퇴자들의 주거문제를 어떻게 하면 좀 더 안정적으로 흔들림없이 추진할 수 있는지 잘 살펴봐야 합니다. 요즘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한 여론조사도 쉽게 할 수 있으니 결정할 때는 가능한 많은 국민들의 의견을 참고해야 합니다.
투기방지를 위한 대책을 수립할 때에도 투기를 한 번도 해보지 않으신 분들이 결정하면 계속 편법이 나오게 되지 않을까요. 각 분야별 전문가 의견을 골고루 신속하게 듣고 계획을 세워야 그 정책이 신뢰를 얻고 시장을 빠르게 안정시킬 수 있습니다. 도쿄올림픽 경기에서 우리가 배워야 할 좋은 사례와 안 좋은 사례까지 골고루 나오고 있습니다. 주택정책도 잘 따져보면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여자배구 일본전처럼,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닙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최원철 한양대 부동산융합대학원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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