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 발전을 늘릴수록 온실가스 주범으로 꼽히는 석탄 발전이 증가하는 ‘친환경의 역설’이 나타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미국과 유럽이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태양광 패널 설치를 늘리고 있는데, 태양광 패널에 들어가는 폴리실리콘은 중국의 석탄 발전에 크게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세계 폴리콘시장의 3분의 2 이상을 장악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중국 폴리실리콘 제조업체들이 생산 과정에서 필요한 막대한 전기를 석탄발전소에서 공급받는 경우가 많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그러면서 석탄 발전 의존도가 높은 중국 태양광 업체로 다코뉴에너지, GCL폴리 등을 꼽았다.
펑치 유 미 코넬대 에너지시스템공학 교수는 중국산 태양광 패널은 유럽산보다 탄소 배출이 두 배가량 많다고 설명했다. 그런데도 중국산 폴리실리콘은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세계 태양광 발전 시장을 파고들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과 유럽은 대책 마련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WSJ에 따르면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석탄 발전 의존도가 낮은 ‘저탄소 태양광 패널’ 구매를 늘릴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 6월 강제노동이 이뤄진다는 이유로 중국 신장위구르 지역에서 생산된 폴리실리콘 수입을 금지하기도 했다.
유럽연합(EU)은 태양광 패널의 탄소 함량을 규제할지 여부를 따져보고 있다. 프랑스는 태양광 패널의 탄소 함량을 제한하고, 대형 태양광 발전 프로젝트 때 저탄소 패널만 쓰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이 폴리실리콘과 태양광 셀, 태양광 모듈 등 태양광 관련 공급망을 장악하고 있는 게 걸림돌로 지목된다. 규제가 늘어날수록 태양광 패널 등의 단가가 뛰면서 태양광 발전의 경제성이 떨어질 수 있어서다.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탄소 배출 억제에 나서고 있지만 석탄산업은 최근 때아닌 호황을 누리고 있다.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호주산 발전용 석탄 가격은 지난 1월보다 세 배 가까이 오르며 2007년 이후 14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에서 거래되는 석탄 가격도 1년 만에 세 배가량 상승해 1일 기준 t당 150달러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석탄 가격이 뛰는 것은 세계 경제가 회복세를 보이는 데다 무더위까지 겹치면서 전력 수요가 늘어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 1년 새 천연가스 가격이 두 배가량 오르면서 석탄 발전에 눈을 돌리는 기업이 늘어난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세계 석탄 발전량이 올해 5%, 내년엔 3% 증가율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맹진규 기자 hoho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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