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믿었는데 3억 전세가 5억5천…정책 담당자 징계하라"

입력 2021-08-02 10:16   수정 2021-08-02 10:35



"돌이켜보면,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서 아파트를 살 수 있었던 시점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부동산 정책 자신 있다. 지금 사면 후회할 것이다'라는 자신만만한 정부의 이야기를 믿었습니다. 결혼하고 거의 20년 동안 큰 싸움 한번 없던 저희 부부가 요새 거의 매일 싸움입니다."

정부의 집값 하락 전망을 믿고 내 집 장만을 미뤘던 한 40대 가장이 청와대 게시판에 "부동산 정책 담당자를 징계하고 처벌하라"는 청원 글을 올렸다.

자신을 초등학생 딸을 둔 아빠로 소개한 A 씨는 "열심히 일하고 받은 월급 모아서 돈이 모이면 집을 사려고 했다"면서 "돌이켜보면,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서 아파트를 살 수 있었던 시점도 있었지만 이 정부를 믿었다"고 했다.

1년 전 정부는 연일 "부동산 정책 자신 있다, 지금 사면 후회할 것이다"는 메시지를 내놓을 때였다.

A 씨는 정부의 자신만만한 이야기를 믿고 대출을 받아 집을 사는 것을 미뤘다.

결과는 매일 부부싸움을 하는 현실이다.



A 씨는 "3억 원 전세가 내년에 5억 5천만 원이 된다고 한다"면서 "아무리 노력을 하고 머리를 짜내서 궁리해도 2억5천만 원이 나올 구멍은 없다. 답도 없고, 해결책도 없고, 희망도 없는 문제를 두고 부부가 거의 매일 싸우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국민이 국가의 정책을 믿고, 정부 수반의 말을 믿은 대가가 이렇다"면서 "지금 전세 사는 집에서, 딸이 다니던 학교 전학시키지 않고 계속 다니게 하고, 월급 아껴서 한푼 두푼 모아가는 것, 그것이 그리도 크고 허황한 꿈인가"라고 자조 섞인 반응을 보였다.

그러면서 "제 가정과 가족의 행복을 지키기 위해서 1년 남짓 동안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범죄밖에 없다. 도둑질하지 않고, 강도질을 하지 않고, 마약을 팔지 않고, 사기를 치지 않고, 합법적으로 1년 남짓 동안 2억 5천만 원을 벌 수 있는 일, 어떤 게 있을까"라고 반문했다.

A 씨는 "이런 상황에 내몰린 국민이 어디 저 혼자겠나"라며 "한 국가의 국민이자 한 집안의 가장이 범죄행위를 하지 않으면 가정을 보호할 수 없는 이런 상황을 만든 책임은 누구에게 있으며, 그 책임자는 지금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나"라고 했다.

이어 "단순히 행정 정책상의 과실이 아니다"라며 "국민의 삶을 도탄에 빠지게 하고, 국민이 범죄 수익이라도 꿈꾸게 하여 국민을 잠재적 범법자로 만든 이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 책임자를 찾아내어 반드시 징계와 처벌을 내렸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5월 취임 4년을 맞은 기자회견에서 "부동산만큼은 할 말이 없다"고 고개를 숙였던 문재인 대통령은 약 1년 반 전엔 "집값은 반드시 잡겠다, 자신 있다"고 국민들에게 약속한 바 있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지난달 27일 "임대차 3법이 임차인을 보호하겠다는 취지와 달리 현실에서는 반대로 작용했다"면서 "전셋값이 오르고 집값이 다시 오르고, 이 순간에도 계속 집값이 오르는 원인 중의 하나가 졸속 임대차 3법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문재인 정부가 무능해도 너무 무능하다는 국민들의 원성이 높다. ‘내로남불’, 불공정은 도가 지나치다"면서 "무너진 공정과 혁신을 다시 회복해야 한다"면서 "출발점은 정부가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분명히 구분하는 데서 출발한다. 사회 곳곳에 있는 격차, 이걸 해소하기 위해서는 국가 찬스를 국가가 과감하게 제공해야 한다. 쓸데없이 시장과 싸워서 이기겠다, 또 기업 규제하고 개인의 자유를 억누르는 정부 만능주의는 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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