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 관련 행정 실무를 담당하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정부여당이 건강보험료를 재난지원금 지급 기준으로 결정한 것과 관련해 "건강보험료를 재난지원금 지급 기준으로 사용하는건 적합하지 않다"는 의견을 정부에 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가입자와 직장 가입자의 보험료 산정 체계가 달라 건강보험료로는 실제 하위 80%(특례 88%)를 가를 수 없다는 게 골자다.
정부여당은 지난달 재난지원금 지급 기준을 건강보험료 기준 하위 80%로 정하면서 지역가입자와 직장가입자 사이의 형평성 논란 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 주무 기관조차 반대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정치적 목적과 행정편의성을 위해 당과 정부가 정책을 무리하게 밀어붙였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2일 조명희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건강보험공단은 '직장가입자의 보험료 산정 시점은 2020년인 반면, 지역가입자의 경우 보험료 산정 시점이 2019년이라는 점' '직장 가입자는 소득만을 고려하는 반면, 지역가입자는 소득뿐 아니라 재산 등도 고려한다는 점' 등을 이유로 건강보험료가 재난지원금 지급 기준으로 맞지 않다는 의견을 기획재정부 및 보건복지부에 전달했다.
지금의 지급 기준으로는 실제 경제적 하위 80%를 파악할 수 없다는 의미다. 일례로 코로나 19의 직격탄을 맞아 경제적 하위계층으로 전락한 자영업자여도 2019년 소득이 충분했다면 재난지원금을 받을 수 없다.
또 건보료 부과시에 직장가입자는 재산이 고려되지 않고, 지역가입자는 재산이 고려된다. 이때문에 6억원 아파트와 2억원 상당 자동차를 보유한 월소득 300만원의 공무원은 재난지원금 받게 되는 반면, 무주택에 치킨집으로 월 400만원을 버는 남편·보험영업으로 월 200만원을 버는 아내는 지원을 받지 못한다.
복지부는 이와 관련해 "엄격한 소득재산조사 대신 가구별 건강보험료로 소득을 추정하면 신속한 대상자 선정이 가능"하다고만 밝히고 있다.
조 의원은 현재 지역가입자 보험료 기준 하위 80% 계층과 직장가입자 보험료 기준 하위 80% 계층이 실제 경제적 계층 하위 80%에 해당되는지를 파악하기 위해, 관련 근거 자료 등을 제출하라고도 정부에 요구했지만 관련 자료 및 계산식은 없었다.
조 의원은 “담당기관이 건강보험료를 기준으로 지원대상 국민을 선별하는건 맞지 않다는 의견을 냈음에도, 이러한 사실을 야당에는 은폐한채 정부여당에서 정치적 목적과 행정편의성만을 위해 정책을 밀어붙인셈”이라며 “코로나로 피해를 봤거나 생활이 어려워진 국민들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도록, 선별기준을 상세히 소명해야한다"고 밝혔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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