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을 요약하면 이렇다. 전선 제조기업인 일진전기는 외부에서 인수한 통신사업부가 2011년부터 2014년까지 104억원의 누적 적자를 내자 해당 사업부 폐지를 결정했다. 이후 일진전기는 희망퇴직을 거부한 근로자 6명에게 해고 통지를 내렸는데 이를 중노위가 부당해고로 판단하자 중노위원장을 상대로 판정을 취소하라며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이번 소송의 핵심은 ‘사업부 폐지’가 통상해고 조건에 해당하는지, 아니면 (경영상) 정리해고에 해당하는지 여부였다. 만약 통신사업부를 ‘독립된 사업체’라고 본다면 통상해고에 해당돼 근로자 해고에 제약이 없다. 반면 ‘사내 일부 사업부서 폐지’로 본다면 정리해고가 돼 △회사 경영에 중대한 위기가 있는지 △해고 회피 노력을 다했는지 등 복잡한 요건을 살펴야 한다. 최근 대법원은 회사가 부도 직전이 아니라면 정리해고는 부당하다고 판단하는 추세다. 일진전기의 통신사업부가 ‘독립된 사업체’였는지 여부가 사실상 해고의 정당성 판단과 직결됐던 셈이다.
결국 대법원은 일진전기의 사례는 정리해고 요건에 해당된다고 결론 내고 “6명 해고는 통상해고에 해당돼 적법했다”는 원심을 뒤집었다. 일진전기 측은 “통신사업부는 외부에서 인수했고 회사 주력은 전선사업이라 통신사업부와 업무가 크게 다르다”고 항변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번 판결에 대해 노동계는 “까다로운 정리해고를 회피하려는 기업 꼼수에 경고장을 날린 판결”이라고 환영의 뜻을 밝혔다. 하지만 경영계에선 대법원이 인정해온 기업의 경영상 자유를 지나치게 축소 해석했다는 거센 비판이 일고 있다. 그간 대법원은 한 기업이 사업을 폐지할 때만큼은 근로자 해고가 경영상 자유라고 봤다. 대법원이 이 같은 통상해고 규정을 스스로 사문화시켜버렸다는 지적이다.
한 노동 전문 변호사는 “원심과 결론이 다를 수는 있지만 두 재판부가 완전히 동일한 사실관계를 놓고 정반대로 판단한 부분이 많아 혼란스럽다”고 했다. 오락가락하는 대법원의 통상해고 판단 기준이 국내 기업의 경영 리스크를 키우고 있는 건 아닌지 곰곰이 따져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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