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난수표' 양도세, '깜깜이' 종부세…조세저항 두렵지 않나

입력 2021-08-03 17:30   수정 2021-08-04 08:02

주택 양도소득세가 갈수록 누더기가 될 판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소득세법 개정안에 따르면 양도세 장기보유특별공제가 적용되는 ‘경우의 수’가 보유 및 거주기간, 양도차익 등에 따라 최대 189개에 이른다는 분석이다(한경 8월 3일자 A1, 4면 참조). 수도권 유권자들의 표심과 친서민 사이에서 오락가락하다 기형적 세제를 만들어낸 것이다.

장기보유특별공제 산식은 복잡하기 이를 데 없다. 큰 줄기만 살펴봐도 보유기간에 따라 3~4년부터 10년 이상까지 8개 공제구간이 있고, 구간별로 다시 거주기간에 따라 각각 2~9개씩 경우의 수를 곱하면 44개에 이른다. 여기에 양도차익에 따라 구간별 공제율을 적용하는 방식으로 법이 개정되면 4배로 늘어난다. 거주기간 2년을 못 채우고 보유만 했을 때의 공제율로 13개 구간이 추가되면 189개나 된다. 정부 관계자는 “너무 복잡해 세금을 내라고 할 자신이 없다”고 할 정도이고, 세무사들 사이에선 “세법으로 장난치는 게 아닌가”라는 반응이 나온다.

2019년까지 8개였던 양도세 부과 경우의 수가 매년 급증하는 것은 공급 확대라는 정공법이 아니라 ‘징벌적 세금’으로 집값을 누르려 하기 때문이다. 부동산 정책이 25번 바뀌는 동안 양도세 관련 세법만 다섯 차례 개정돼 난수표처럼 돼버린 것이다. 취득시점, 보유·거주기간 등 고려할 변수가 수십 가지에 이르다보니 세무사까지 헷갈리면서 ‘양포(양도세 포기) 세무사’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납세자가 쉽게 이해할 수 있고, 예측 가능하고, 안정성을 기반으로 삼아야 할 조세의 기본원칙을 깡그리 무시했으니 그럴 수밖에 없다.

종합부동산세 부과 기준을 현행 공시가 9억원 초과에서 ‘상위 2%’로 바꾸는 것도 마찬가지다. 자산이 아니라 사람 숫자를 기준으로 과세하는 나라는 어디에도 없다. 집값이 떨어져도 상위 2%에 해당하면 세금을 내야 하고, 집을 살 때도 종부세 대상인지 아닌지 알 수 없으며, 집주인들은 고지서가 올 때까지 자신이 과세대상인지 모르는 황당한 일이 벌어질 판이다.

여당은 지난 ‘4·7 재·보궐선거’에서 참패하자 민심을 존중한다며 부동산 세제 개편에 나섰다. 그러나 강성 지지층 반발에 부딪혀 갈팡질팡하다 손대는 것마다 개악으로 치닫고 있다. 정치 프레임으로 접근하다 보니 ‘난수표 양도세’와 ‘깜깜이 종부세’를 만들고 있다. 부동산 세제를 정치의 볼모로 삼아 계속 엉망을 만든다면 조세저항이 언제 폭발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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