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에 따르면 금속노조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지회는 지난달 1일 현대차를 상대로 조정 신청을 냈다. 중노위는 조정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해 행정지도를 내렸다. 같은 달 26일엔 현대제철 사내협력사 노조가 충남지노위에 조정 신청을 냈다가 취하했다. 같은 날 중노위에서도 CJ대한통운 대리점 소속 택배노조가 조정 신청을 제기했다가 취하했다. 7월 한 달에만 현대차, 현대제철, CJ대한통운 하청 노조가 연이어 원청을 상대로 조정 신청을 낸 것이다.
이런 조정 신청 증가는 지난 6월 노무업계를 뒤흔들었던 CJ대한통운 판정의 영향으로 보인다. 당시 중노위는 CJ대한통운의 하청인 택배대리점 소속 택배기사 노조가 신청한 부당노동행위 구제 신청을 받아들여 원청인 CJ대한통운이 택배기사들의 사용자라고 판단했다. 택배기사 노조처럼 대기업 원청을 자신들의 협상 상대로 삼아 존재감을 키우겠다는 각 노조의 의도가 최근 조정 신청에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경영계는 대기업 원청을 상대로 한 하청 노조의 조정 신청이 계속 늘어날 가능성에 강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관계자는 “조정은 소송에 비해 비용도 적게 들고 결론이 빠르게 나오며 무엇보다 반복 신청이 가능하다”며 “기업 입장에선 어떤 식으로든 리스크를 떠안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조정 신청에 대한 법적 판단을 내릴 조정위원의 법적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지방노동위원회의 경우 조정위원 15명 중 법률 전문가는 한 명뿐이고 나머지는 시민단체 대표, 전 노조 간부, 경영학과 교수 등으로 이뤄져 있다. 노동위에서 조정위원과 양축을 이루는 심판위원들이 법학교수나 변호사 등 전문가들로 구성된 것과 확연히 비교된다. 한 노동 전문 변호사는 “조정도 정부 결정이라 사회적 파장이 커 기업에 부담이 된다”며 “열흘 만에 속전속결로 결론 난다는 점에서 충실한 법적 판단을 받을 기회라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