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색깔 후보들이 다양한 목소리와 구체성 있는 미래전략으로 경제성장과 국가 발전 방안을 제시하는 게 선거다. 그렇게 유권자 선택을 받아 좋은 정부를 구성하는 것이 민주 선거의 장점이자 지향점이다. 문제는 표만 노린 채 책임도 못 질 포퓰리즘 공약을 마구 내지르고, 음해와 저질 공방전을 일삼는 퇴행적 정치 풍토다. 정치를 희화화하고 선거를 냉소의 대상으로 전락시키는 ‘네거티브 저급 캠페인’이 이번에도 대선 예선전 단계부터 나타난 것은 매우 유감스런 구태다.
한국형 저급 정치는 가치와 철학의 중요성을 모르고, 원칙과 일관성에 소홀한 여야 정당들의 더없이 가벼운 풍토 탓이 크다. 그런 점에서 지향점과 추구하려는 원칙을 분명히 한 최 전 원장의 출마선언문에 주목하게 된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원리를 강조한 게 대표적이다. ‘우파·보수’를 내세워온 야당의 그간 행태를 보면, 바꿔온 당 간판만큼이나 가치와 철학을 종잡기 어려운 일이 허다했다. 일련의 ‘큰 정부’ 정책과 온갖 규제입법에 쉽게 동의하고, 재정 건전성은 외면한 채 퍼주기에도 적극 동참한 게 우연이 아니었다. 정육점 간판을 내건 채, 어물전을 겸하는 정도가 아니라 잡화점처럼 운영하며 정부·여당 실책에 기대어 지지율 반사이익이나 누렸다고 해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이번 선거를 통해 야당은 정체성부터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공당이라면 정강에 충실하고 그런 후보를 내세워 유권자를 설득해가야 수권정당이 될 수 있다. 가치와 철학이 확실해야 정책도 선명·확실하고 예측 가능한 국가발전 방안 제시도 가능해진다. 최 전 원장을 비롯해 예비후보들 모두 단순히 ‘반문(反文)’ 이상의 비전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그 출발점이 지향할 가치와 철학부터 명확하게 하는 것이다.
내부 경선에서부터 혼탁 양상을 보이는 여당 후보들도 마찬가지다. 여기서는 이 소리, 저기서는 저 소리 하며 집값공약처럼 실현성이 낮은 약속을 늘어놓을 일이 아니다. ‘문빠’ 등 극렬 팬이나 의식하는 팬덤정치 또한 민주주의 퇴행만 초래할 뿐이다. 구태정치 청산 차원에서 ‘정치 신인’들 어깨가 더 무거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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